[핀 포인트]영어 정복? 골프 낭자에게 물어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종목을 불문하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장벽은 바로 언어다. 고교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한 야구 선수는 “영어를 못하다 보니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텅 빈 방안에서 벽을 보고 혼잣말을 한 적도 있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 언어장벽에 갇힐 경우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이젠 메이저리그 중심 타자가 된 추신수(30·신시내티)가 내년부터 LA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류현진(25·전 한화)에게 “하루빨리 영어를 배우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낭자들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AP통신은 26일 “최나연(25·SK텔레콤)은 올해 US오픈 등 2승을 거뒀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영어 실력 향상”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최나연은 시즌 최종전인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골프채널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때 진행이 대본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최나연은 유창한 영어 솜씨로 이에 대처했다. 이 통신은 ‘아름답게(beautifully)’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최나연의 영어 실력을 칭찬했다. 또 “최나연이 매 경기에 열심히 임했겠지만 영어 공부에는 더 열심이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최나연은 2011년 한 해 동안 캐나다 사람인 그레고리 모리슨 씨(36)를 영어교사로 고용해 ‘열공’을 했다. 최나연은 투어가 열리는 1년 내내 모리슨 씨와 동행하면서 실전영어를 배웠다. 올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에 최소 한 시간씩 모리슨 씨와 전화하며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나연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잘 못해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 뒤로 마음이 편해졌고 골프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나연뿐 아니라 신지애(24·미래에셋), 유소연(22·한화), 서희경(26·하이트) 등 최근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많은 한국 선수가 현지 언론과 무리 없이 인터뷰를 할 정도로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2008년 LPGA 사무국은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2년간 투어 자격을 유보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며 없던 일이 됐지만 요즘 한국 선수들의 영어 실력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방침이었던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영어#최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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