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예비닥터… 러시앤캐시 다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英 치과대 재학

프로배구 러시앤캐시의 외국인 선수 다미(24·영국)는 은퇴 후 진로 걱정이 없다. 영국 셰필드대 치의학과에 재학 중인 예비 치과의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가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현실에서 참 부러운 일이다. 26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다미의 ‘색다른’ 배구 인생을 들어봤다.

○ 배구하는 영국 예비 치과의사

“왜 배구를 하나요?” 다미를 만나자마자 물었다. 뭔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옅은 미소와 함께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공부와 운동 중 하나만 하라는 법 있나요. 할 수 있을 때 다 해봐야죠.”

나이지리아 출생인 다미는 한 살 때 영국으로 이민 갔다. 배구는 15세에 처음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던 중 배구교사의 눈에 띄었다. 다미는 곧바로 배구만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었다. 타고난 신체조건(197cm, 92kg)도 한몫했다.

공부도 잘했다. 수학과 과학에 탁월했다. 치의학과를 택한 이유도 과학적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서다. 그는 “원래 의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체 전체를 통달해야 해 부담이 컸다. 치의학은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어 배구와 병행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영국 성인 대표팀에서 뛰다 2010년 말 5년제인 치의학과 졸업을 네 학기 남겨두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더 늦으면 프로무대를 밟을 기회가 없을 거라 판단했다. 영국엔 프로리그가 없어 벨기에의 프로팀 퓌르스 발리에서 2시즌 동안 뛰다가 올 9월 한국에 왔다.

○ 잠재력 높은 ‘미완의 대기’

다미는 ‘A급 선수’는 아니다. 연봉도 19만 달러(약 2억 원)에 불과하다. 모기업이 없어 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러시앤캐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의 한국 적응기는 험난했다. 시즌 전까지 연습이 안 돼 있어 팀워크가 전혀 안 맞았다. 팀은 시즌 초 8연패까지 당했다. 다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은 “처음엔 공이 선수 사이로 날아오면 아무도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 책임을 미뤘다. 그런데 요즘엔 서로 너무 공을 향해 달려들어 문제”라고 말했다. 다미는 1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최홍석과 서로 공을 받으려다 부딪쳐 입술 안쪽을 7바늘 꿰맬 정도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다미는 아직 ‘미완의 대기’다. 공격력을 키우고 범실을 줄여야 한다. 그는 26일 현재 13경기에서 242득점을 올리는 동안 범실을 130개 했다. 점차 기량이 나아지고 있지만 발전 속도가 다소 느리다. 김 감독은 “다미에게 범실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 있게 때리라고 하는데 잘 안된다. 공부를 병행해 오다 보니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내가 찰싹 붙어서 지겹도록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는 기대해도 좋다”라며 웃었다.

다미는 대학 복학 여부를 시즌 후 고민하겠다고 했다.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1년 더 인턴을 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진 않다. 가급적 오래 배구선수를 하고 싶어 하기에 고민도 클 것 같다.

아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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