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겨울이적시장이 열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수 이적은 핫이슈다. 그러다보니 숱한 루머들이 난무한다. 실체가 있는 사례도 있지만 근거 없는 풍문들도 많다. 풍문의 진원지는 대개 에이전트 쪽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연봉 협상이나 광고 계약,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등에 관한 업무를 처리해주는 법정 대리인이다. 이적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속고 속이는’ 에이전트 업계를 들여다본다.
○이적설은 몸값 부풀리기용
최근 A선수가 B구단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많이 나온다. 액수(이적료)도 상당하다. 이맘 때 흔히 볼 수 있는 뉴스다. 하지만 축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믿지 못하는 축구인이 더 많다. 이들은 이적 및 연봉 협상 때 해당 선수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에이전트를 포함한 선수 측근들이 이적설을 흘린다고 추정한다.
흥미로운 건 국내 팀 간 이적 루머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개는 해외 이적설이다. 몸값 또한 상당히 부풀려진다. 이 경우 구단이나 언론에서 사실 확인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적설에는 과거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미 협상이 깨진 사례도 더러 있다. 이런 사례들이 불신을 더 키운다.
이적시장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은 “분명 사실도 있지만 실체 없는 이적 설도 많다. 일단 이적료가 200만 달러(약 20억 원) 이상 거론된다면 의심해도 좋다. 세계적인 불경기에 이런 금액을 쉽게 풀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요즘은 ‘오일 달러’ 중동 지역과 신흥 갑부가 구단주로 있는 중국 일부가 거의 유이한 지역으로 보면 된다. 특히 유럽은 구단이 선수 영입을 강력히 원하지 않는 한 협상 단계에서 정보가 사전 노출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금액의 연봉을 받길 희망하는 선수에게 에이전트 자신이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에게 우리도 꾸준히 노력한다는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고 속이는 업계 생리상 금세 선수를 빼앗긴다”고 푸념했다.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들도 이 문제를 중대 사안으로 여기고 있지만, 선수 거취가 워낙 민감해 섣불리 제도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적, 임대 등 기본적으로 비밀을 요하는 내용들을 쉽게 오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선수 가로채기
불편한 사례는 또 있다. 자신의 소속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저 영입 의사를 타 팀에 타진해 보는 경우다. 물론 선수 소유 구단 혹은 선수 영입을 희망하는 팀으로부터 이적 위임장을 받았다면 법적 하자가 없다. 추후 선수 에이전트와 이적 상황을 공유 또는 관계를 풀면 된다.
최근 이적설이 나돈 윤빛가람(성남일화)의 사례를 살펴보자.
브라가(포르투갈)-브레멘(독일) 이적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선수 에이전트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제3자가 이적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빛가람 측은 “브라가가 누군가에게 ‘윤빛가람 영입에 관심 있으니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우린 전혀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 소식이 불거져 당황스러웠다. 브레멘 건은 과거 진행했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고 했다. 소속구단인 성남도 내막을 확인하지 못했다. 위임장 없는 누군가가 ‘선수 가로채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지방의 모 구단에서 ‘선수단 전체 이적 관련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구단 내 핵심 직원으로부터 발급받았다는 에이전트가 등장했다. 이적 타진 과정에서 이를 직·간접적으로 접했다는 관계자들도 꽤 많다. 몇몇 구단 사무국장들은 “팀 운명을 한 명의 특정인에게 맡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확인해줬다. 더 큰 문제는 이 에이전트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공인받지 못한 ‘무자격’ 인물이라는 점이다. 무자격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