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각 팀들이 25, 26경기씩 치러 전체 일정(팀당 54경기)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SK(1위), 모비스(2위), 전자랜드(3위)가 상위권을 이룬 가운데 인삼공사(4위), LG(5위), 삼성(6위), 오리온스, KT(이상 공동 7위)가 2.5경기 차 안에서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반환점을 앞둔 이번 시즌을 사자성어로 짚어봤다.
이번 시즌 SK의 선두(21승 5패) 질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해야 6강 정도로 봤다. 지난 시즌까지 최근 10시즌 중 5위가 최고 성적일 만큼 만년 하위 팀이었다. 몸값이 비싼 스타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성적은 늘 별로여서 ‘모래알’ 팀으로 불렸다. 그랬던 SK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역방어의 한 형태인 드롭존 수비가 위력을 떨치면서 경기당 평균 실점을 지난 시즌 80.8점에서 이번 시즌 68.2점으로 줄였다. 10개 팀 중 최소 실점이다. 여기에다 2년차 징크스 없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김선형과 신인왕 후보 1순위 최부경, 최고 용병 애런 헤인즈까지 가세하면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동부의 급전직하(急轉直下)도 예상밖이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역대 최다승(44승)과 최고 승률(0.815), 최다 연승(16연승) 기록을 세운 동부가 이 정도로 바닥을 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9승 17패로 9위다. 윤호영의 상무 입대와 로드 벤슨(LG)의 이적으로 고공 삼각편대가 무너지면서 산성(山城) 수비마저 허물어졌다. 지난 시즌 최소 실점(평균 67.9점) 팀에서 이번 시즌 최다 실점(평균 76.8점) 팀으로 추락했다. 후반의 급격한 체력 저하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조직력이 살아나 4연승하며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게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6강 진출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고전이 예상됐던 KCC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하승진과 강병현이 각각 공익근무와 상무 입대로 빠진 데다 추승균까지 은퇴해 험난한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시즌 중 트레이드로 전자랜드에서 영입한 이한권마저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진 탓에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8연패와 7연패를 한 차례씩 당하는 등 4승 22패, 승률 0.154로 최하위다. 최근 SK에서 데려온 김효범의 득점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재 KCC 감독은 “선수 구성을 보면 성적이 나쁘다고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팀을 새로 만들어 가는 한 시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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