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35)과 주장인 센터 고희진(33)은 지난해 12월 29일 LIG손해보험에 0-3으로 진 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매 세트 듀스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지만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삼성화재는 이전까지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11연승을 달리던 중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5시즌 연속 우승을 이끈 두 고참은 새해를 맞아 각오를 다지기 위해 머리를 깎았다. 짧게 자른 정도가 아니라 스님처럼 삭발을 했다. 고희진이 경기에 진 이튿날 머리를 밀었고, 다음 날 여오현이 동참했다. 시즌 개막전부터 머리를 민 채 코트에 나서고 있는 레오가 직접 두 고참의 머리를 깎아 줬다.
‘삭발 투혼’이 통한 것일까. 삼성화재가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3-0(25-15, 25-21, 25-20)으로 완파했다. 개막 후 7연승을 달리다 2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에 2-3으로 역전패하며 연승 행진을 멈췄던 아픔도 말끔히 갚았다. 최근 3경기에서 1승 2패로 부진했던 삼성화재는 승점 3점을 보태 승점 35(12승 3패)를 기록하며 2위 현대캐피탈과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린 채 전반기를 마쳤다. 고희진은 주장을 처음 맡은 2010∼2011시즌 초반에도 삭발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삼성화재는 고희진이 머리를 깎고 처음 나온 경기에서 4연패를 끊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때도 상대는 현대캐피탈이었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레오가 서브 2득점, 블로킹 2득점을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6점을 올렸고 토종 거포 박철우가 18점을 보탰다. 레오는 평소 50%대였던 공격 성공률이 68.8%에 달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이날 삼성화재는 범실이 16개(현대캐피탈 25개)에 불과할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났다.
두 공격수가 주로 점수를 올렸지만 고희진과 여오현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고희진은 3득점에 그쳤지만 공격 성공률은 100%였고 유효 블로킹은 양 팀 최다인 5개를 기록했다. 여오현은 16개의 리시브 가운데 15개(93.8%)를 성공해 상대 리베로 박종영(66.7%)을 압도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15득점)이 분전했지만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14득점)가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