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띠’들의 신인왕 경쟁이 뜨겁다.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 대부분은 1989년생 뱀띠. 특히 최부경(24·SK)과 김시래(24·모비스)는 프로 데뷔 전부터 치명적인 ‘맹독’을 자랑했다.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시래는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최부경은 전체 2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이들의 독기는 소속 팀의 체질을 바꿔 놨다.
지난해 9위에 머물렀던 SK의 올 시즌 모습은 환골탈태 그 자체다. 시즌 중반에 들어선 2일 현재 SK는 21승 5패로 단독 선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풍의 핵은 ‘막내’ 최부경이다.
골밑 몸싸움에서 용병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힘이 좋은 최부경은 경기당 평균 6.4리바운드로 동부 이승준에 이어 이 부문 국내선수 2위다. 9일 마감되는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매직팀 센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적을 바탕으로 최부경은 드래프트에서 뺏긴 1위 자리를 신인왕으로 보상받겠다는 각오다. 문경은 SK 감독도 “신인 선수인데도 프로농구에서 5, 6년 뛴 것처럼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이다. 최부경이 신인왕을 받지 못하면 옷을 벗겠다”며 힘을 보태주고 있다.
최부경이 힘센 ‘구렁이’라면 김시래는 영리한 ‘독사’다. 김시래는 올 시즌 우승을 거머쥐기 위해 모비스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다. 경기당 어시스트 수는 2.7개로 다소 적지만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과 함께 ‘판타스틱4’를 이루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김시래와 양동근의 투가드 시스템이 점차 위력을 발휘하며 모비스의 선두 추격전은 속도가 붙고 있다.
2007∼2008시즌 신인왕에 올랐던 인삼공사 김태술은 “패스가 좋고 시야가 넓은 김시래가 경기당 어시스트 수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신인왕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록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감독의 전술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신인에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인왕은 개인의 성적 못지않게 소속팀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최부경과 김시래의 신인왕 경쟁은 우승 팀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객관적인 평가에서 한발 앞선 최부경이 신인왕 사수를 위해 펼치는 ‘박스아웃’을 김시래의 ‘돌파’가 뚫어낼 수 있을지가 승부의 마지막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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