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부드러운 남자들이랍니다”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 격인 UFC 파이터를 셋이나 길러낸 하동진 코리안톱팀 감독(가운데)이 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코리안톱팀 체육관에서 애제자인 정찬성(오른쪽), 양동이(왼쪽), 임현규(뒷줄)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일본 기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면 “너희들도 톱팀(Top Team)이냐”는 식의 비아냥을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명함에 찍힌 체육관 이름 ‘코리안톱팀’을 보고 “아메리칸톱팀, 브라질리안톱팀…”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한때 세계 격투기 무대의 중심이던 일본의 기자들이 ‘개나 소나 다 톱팀이네’ 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를 갈았다. “먼저 나를 찾게 될 날이 온다. 두고 보자” 싶었다. 대학 때까지 레슬링을 하다 격투기 판에 발을 들였고 2003년 코리안톱팀을 꾸린 그는 이제 꿈을 이뤘다.
하동진 코리안톱팀 감독(39)이 최근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인 UFC가 뽑은 100명의 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다. 10명도 아니고 100명 안에 든 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할 수 있지만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로는 일본 격투기팀 ‘와주쓰케이슈카이’의 이소노 겐 트레이너와 함께 딱 둘뿐이다. 종합격투기는 타격, 체력, 그래플링 등 전문 분야별로 코치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다. UFC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도자만 1000명이 넘는다.
“지금은 대회에 출전하러 외국에 나가면 일본 기자들이 먼저 찾아올 때도 있다. 인터뷰도 요청한다. 다 선수들 잘 만난 덕분이다.” 그는 이제 격투기계에서 일가를 이룬 지도자가 됐다. 그의 조련을 받아 UFC에 진출한 파이터만 3명이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26), ‘황소’ 양동이(29), ‘에이스’ 임현규(28)가 코리안톱팀 소속으로 UFC 무대에 입성했다. 정찬성은 이미 UFC에서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며 세계적인 파이터가 됐고, 임현규는 3월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양동이는 UFC에 데뷔한 뒤 1승 3패로 다소 부진해 작년 5월 경기 후 UFC와의 출전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재입성을 준비 중이다.
하 감독은 “얘들하고 같이 있으면 듬직하다. 두려울 게 없다”며 흐뭇해했다. 왼쪽에 정찬성, 오른쪽에 양동이, 그리고 등 뒤에 임현규까지 지키고 섰는데 무서운 게 있을 리 없다. 이렇게 넷이서 길거리로 나가면 앞길이 홍해 바다 갈라지듯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식당에 들어오던 손님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 뒷걸음질 칠 때도 있다. 그래도 다 부드러운 남자들이다.”
그가 지금의 자리까지 온 데는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이 큰 역할을 했다.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딱 보면 될 놈인지 안 될 놈인지 보이는 게 있다.” 정찬성을 처음 봤을 때는 ‘독종’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양동이는 미쳐 날뛰는 야생마 같았다고. 재미 삼아 격투기를 배우러 일반 관원으로 체육관을 찾아온 임현규를 보고서는 “오∼!”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고 한다. “77kg급에서 현규처럼 키 187cm, 윙스팬(양팔을 좌우로 벌렸을 때 왼손 끝에서 오른손 끝까지의 길이) 200cm를 갖춘 체형은 보기 드물다.”
공격적인 파이터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는 그의 격투기 지론도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선수들을 길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 “꾸역꾸역 싸워서 겨우 이기는 스타일보다 왕창 깨져도 화끈하게 싸우는 선수가 결국에는 살아남는다.” 그는 코리안톱팀에 소속된 20명의 선수에게 자나 깨나 투지 넘치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강조한다.
그는 프로선수들 말고도 30명가량의 여성을 포함해 200명의 일반 관원도 가르치고 있다. 건강관리나 다이어트, 호신술 차원에서 격투기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끝까지 버틸 가능성은 20%도 안 되겠지만 기자님도 제가 시키는 대로 딱 석 달만 배워보세요.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일은 없게 만들어 드립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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