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KT는 프로야구 10구단의 당위성에서 전북 부영보다 유리하다. 수원은 지역적으로 프로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인프라, 교통망 등에서 최적의 조건이다. 선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엘리트 선수 육성에서도 전북에 비해 월등히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업으로 비교해도 재정적 안정성과 비전 등에서 KT가 부영에 앞선다.
관중 동원은 신생팀의 정착과 프로야구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전북은 각종 언론 홍보를 통해 군산야구장의 관중 동원이 KIA에 앞선다며 흥행몰이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 65세의 인구비율이 17%에 달하며 점차 고령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은 20∼44세의 인구비율이 42.5%에 달하는 반면 65세 이상의 인구는 7.4% 불과하다. 야구 경기 관람의 주요 수요자라 할 수 있는 젊은 층의 비율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편리한 교통망과 인접지역 간 유동인구 유입도 강점이다. 수원은 야구장 주변 역세권을 통한 유동인구가 20만 명에 달한다. 2018년까지 지하철 4호선과 신분당선이 들어서면 하루 평균 30만 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한다. 또 수원역과 수원도시철도 1호선 등의 연계 등을 통해 천안 등 충청권과의 생활권도 1시간 내외로 좁혀져 원정 팬 확보에도 이점을 갖고 있다. 경기도 인구는 서울보다 많은 1200만 명이다. 20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전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원을 연고지로 한 KT가 10구단이 되면 흥행몰이에도 유리하다. SK와 벌일 통신사 간의 ‘라이벌 더비’는 관중을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수원과 서울간의 경기는 세계 10대 더비 매치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매력적인 매치다. 두 팀 간의 경기는 평균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찰 만큼 응원전도 치열하다. 이미 프로야구 LG와 SK의 통신사 라이벌전은 지하철시리즈로 치러지면서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KT까지 프로야구에 합류하면 3대 통신사 간의 지하철 라이벌전이 형성돼 커다란 흥밋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프로야구는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운영비용이 드는 거대 스포츠다. 따라서 모기업의 재정능력이 뒷받침돼야 안전하게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 KT는 총 자산 32조 원과 28조 원 이상의 연매출을 비롯해 50개 계열사 6만200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는 국내 최대의 통신기업이다. 최근에는 단순 통신기업에서 벗어나 금융, 미디어, 렌털, 보안,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려 하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진정성과 노하우에서도 KT의 완승이다. KT는 30년 동안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인 사격과 여자하키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고, 12년 동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해 왔다. KT 농구단을 통해 프로 구단 운영 경험도 있다. 프로 골프단과 프로 게임단도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단으로 자리 잡았다.
유망주 육성을 통한 선수 인프라 구축에서도 수원과 KT가 유리하다. 현재 수원을 포함한 경기도내 초·중·고교 야구팀은 초등부 16개, 중등부 16개, 고등부 7개 등 모두 39개팀이다. 지난해에만 송삼초(여주), 매향중(수원), 원당중(고양), 금릉중(파주), 개군중, 단월중(이상 양주), 모가중(이천), 소래고(시흥) 등 초등부 1개, 중등부 6개, 고등부 1개교 등 모두 8개팀이 창단했다. 올해에도 장안고(수원)와 상우고(의정부)가 야구팀을 창단하며 송운초(시흥), 태광중(평택), 경민중(의정부)도 야구팀 창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경기도와 수원은 선수인프라 확보를 위한 학교 팀 창단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지난해 인상고 1개 팀을 창단했을뿐 올해 창단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없다.
:: 이용철 ::
경기상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988년 프로야구 MBC(현 LG)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7승 11패에 평균자책 2.74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1993년 삼성으로 팀을 옮겨 그 다음 시즌
은퇴한 뒤 2000년까지 프로야구 현장에서
스카우터와 코치 등으로 활약했다.
선수와 지도자를 통해 얻은 풍부한
경험과 야구 지식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살아있는 야구전통+최고의 경기장… 전북과 부영의 진정성을 체험하라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평생 잊혀지지 않을 몇 개의 장면을 가슴속에 담아두기 마련이다. 나에게도 그런 장면이 있다. 1972년 7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이다.
창단 겨우 3년째인 군산상고 야구부가 전국 야구를 제패하던 순간. 9회말까지 1-4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내리 4점을 뽑아 5-4로 역전승하던 그때의 감격은 아마 죽는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호남야구가 전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순간이었으며, 그 승리가 시발점이 돼 우리는 ‘역전의 명수’라는 칭호를 부여받았고 지금도 ‘레전드’라는 과분한 호칭으로 불린다.
평생을 야구인으로서 살아온 필자는 야구를 존재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야구는 열정을 먹고 자라나는 스포츠다. 열정이란 다름 아닌 지역민의 지지 열기와 끈끈한 밀착도다. 군산상고가 그랬듯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끈끈한 충성심은 객관적 전력 열세를 뛰어넘는 힘이다.
한국야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규모로 보면 2만 달러는 넘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암묵적 야구흥행의 규칙을 깬 것이 한국 프로야구다. 198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2000달러 시대에 출범한 프로야구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철저한 지역연고제를 바탕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흥행가도를 달렸다.
지금도 이 공식에는 변함이 없다.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응원군의 열기다. 충성심 높은 팬들이다. 전북은 이 면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도시연고제를 도입한 이래 연고구단이 없는 상태에서도 전북도민의 야구 열기는 다른 시도를 뛰어넘는다. KIA의 군산 경기 평균관중이 8000명을 넘어 대전이나 대구구장보다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북은 350만 명의 전북 출신 출향 인사들이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어서 방문경기의 흥행까지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단기간에 전국 어디서나 흥행을 보장하는 ‘전국구 구단’으로의 성공 가능성은 방문경기에서도 최고의 흥행구단인 KIA의 팬 절반이 전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간접 입증된다. 전북과 부영이 프로야구 10구단을 맡았을 때 1000만 관중시대 개막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 하나의 흥행요소는 경기장이다. “경기장이 좋아야 야구를 보러 간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 사례를 통해서 입증됐다. 2만5000석 규모의 최신식 복합 문화시설 야구장을 짓는 전북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교과서를 통해 프로야구의 성공모델을 잘 알고 있다.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지역연고제, 선수와 관중의 심리와 경기력을 고려한 첨단 야구장, 그리고 지역민의 열기라는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롱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수도권에 4개, 영남권에 3개, 충청권과 호남권에 각각 1개씩 분포하고 있다. 10구단이 수원으로 간다면 수도권에 전체 구단의 50%인 5개가 몰리게 돼 온 국민이 즐기는 야구라기보다는 ‘수도권 리그’에 치우친다는 약점을 갖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한국야구발전에서 보면 치명적인 약점이다.
마지막으로 모기업의 진정성과 투자 의지다. 1월 1일, 새해 벽두에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전북을 찾았다. 눈발을 헤치고 달려가 군산상고와 전주고에 야구발전기금 2억 원을 쾌척했다. 이는 10구단 창단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재정능력, 투자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아니겠는가? 해마다 개발도상국 곳곳에 수백억 원대의 기숙사를 지어 학교에 기부하고 그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회공헌을 해오고 있는 부영그룹은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재정적 능력과 의지 측면에서 여타 대기업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야구에서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 숫자를 뛰어넘는 열기와 충성심, 야구발전을 염원하는 진정성, 오너기업의 강력한 투자 의지, 이것이 10구단 창단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결론은 프로야구 10구단의 최적지와 구단주는 전북, 부영그룹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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