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27일 토요일. 지금은 사라진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OB 윤동균이 선수 대표로 나선 가운데 삼성 롯데 해태 OB MBC 삼미 등 6개 구단 선수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어 열린 MBC와 삼성의 개막전에서는 홈팀 MBC가 7-7로 맞선 9회말에 터진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갓 세상에 나온 프로야구를 전국에 알린 드라마 같은 한방이었다.
○ 박철순의 OB 원년 챔피언
역사에 길이 남을 원년 챔피언은‘불사조’ 박철순을 앞세운 OB(현 두산)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0년 3월 미국으로 진출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새로운 야구를 배워 온 박철순은 22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 달성으로 일약 최고 스타가 됐다. 전기리그 우승팀 OB는 한국 시리즈에서 후기리그 우승팀 삼성을 4승1무1패로 꺾었다. 최종 6차전 완투승의 주인공은 박철순(오른쪽에서 두 번째)이었다.
○ 7번째 구단 빙그레 카 퍼레이드
프로야구 7번째 구단으로 합류한 빙그레 선수단이 1986년 3월 8일 대전구장 앞에서 창단 기념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1983년에 이미 창단신청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던 빙그레는 가입금 30억 원 대신 야구회관을 지어 기부한 뒤 1986년부터 1군 레이스에 참가했다. 첫해 최하위였던 빙그레는 이듬해 6위에 이어 1988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대전 팬들을 즐겁게 했다.
○ 인천야구의 3번째 주인공 태평양
프로출범 원년 인천을 연고로 닻을올린 삼미는 3시즌만 치른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미를 대신해 1985년에 합류한 청보 역시 3시즌 만에 문을 닫았다. 인천 야구의 3번째 주인은 태평양이었다. 1988년 3월에 창단식을 한 태평양은 첫해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1989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태평양 선수들.
○ LG 첫 서울팀 우승 신화 쓰다
1982년 서울을 연고로 출범한 MBC는 1989년 7개 팀 중 6위에 그친 뒤 LG에 구단을 넘겼다. MBC를 인수한 LG는 1982∼83년 MBC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을 다시 사령탑으로 영입했고 백 감독은 ‘LG 트윈스’ 첫 해인 1990년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구단의 믿음에 화답했다. 서울 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이 백인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쌍방울, 10년차 프로야구에 합류
프로야구는 출범 10년째인 1991년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전북을 연고로 한 신생팀 쌍방울이 1군에 합류하면서 8개 구단 시대를 열었다. 매일 4경기가 열리면서 전년도 319만 명이었던 관객은 383만 명으로 늘었다. 1990년 2군 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쌍방울은 꼴찌를 OB에게 넘기며 첫해를 마쳤다. 1994년 제주도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는 쌍방울 선수들.
○ 국내 스포츠의 견인차 현대
삼성과 함께 국내 스포츠를 양분해온 현대의 저력은 무서웠다. 1995년 7위에 머문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1996년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한화와 쌍방울을 잇달아 격파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1998년 인천 연고 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새 역사를 쓴 현대 선수들이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2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SK 새로운 강자의 등장
1991년 프로야구에 뛰어 든 쌍방울은 1999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새롭게 프로야구 식구가 된 기업은 SK였다. 쌍방울 선수를 주축으로 팀을 꾸린 SK는 2000년 3월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 와이번스를 탄생시켰다. 조범현 감독이 이끌던 2003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선전했지만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SK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21세기 새 강자의 출현을 알렸다.
○ 히어로즈 탄생 8구단 유지
1996년 프로야구에 합류한 현대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12년간 내걸었던 간판을 내렸다. 현대는 KBO의 야구발전기금을 받아 간신히 마지막 시즌을 마쳤다. 자칫 7구단 체제로 돌아갈 뻔했던 프로야구는 히어로즈(현 넥센)의 합류로 8구단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히어로즈는 기존 구단과 달리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2008년 3월 24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히어로즈의 창단식.
○ NC 합류… 구단 시대
2011년 3월에 열린 KBO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 프로야구 9번째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 NC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남·북부리그를 통틀어 최고 승률(0.632)을 거두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NC는 시즌이 끝난 뒤 110억여 원을 투자해 즉시전력 10명을 확보하는 등 1군 데뷔를 착실히 준비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홈 개막전에서 롯데 2군을 상대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NC 김경문 감독.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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