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작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낙선된 후 협회의 국제 업무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정 명예회장 재임 시절 축구 외교에 힘을 쏟던 인재들이 대거 본업(현대중공업)으로 돌아가자 축구외교는 엉망이 됐다. 최근 스포츠동아가 실시한 축구인 30명 설문에서 차기 집행부의 과제로 ‘외교력을 키워야한다’가 집중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의 인재 등용론이 눈길을 끌었다. 허 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 행정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소 한국축구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이영표(밴쿠버)와 한국과 일본축구를 경험한 윤정환 사간도스(일본) 감독 등 여러 축구인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국제 영향력 강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국제 감각 향상을 위해 유창한 어학 실력은 기본. 허 회장은 “동남아 출신들이 AFC 행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영어권 태생이란 공통점이 있다. 어떤 공식 석상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유창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부서가 있지만) 협회 국제 담당 직원은 절대 바뀌면 안 된다”면서 “협회 출신이 영어를 잘한다면 금상첨화다”고 했다.
허 회장은 영어권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태극전사들을 언급했다. 축구 행정에 많은 관심을 지닌 이영표를 비롯해 박지성(QPR)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에게 문호를 열겠다는 복안도 있다. 허 회장은 이들을 “꼭 협회 차원에서 키우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협회 국제국이 축구외교를 담당하고 있지만 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AFC와 FIFA에 입김을 내뿜을 만한 행정가들도 전무하다. 그러다보니 늘 한국은 국제 축구계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 축구 스타 출신 행정가의 탄생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