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A구단 단장은 ‘프로야구 10구단을 평가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한다’는 식의 보도에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평가위원회가 점수를 매기든, 투표를 하든 10구단 최종 결정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와 총회가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평가위원의 보고서는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이지, 이사회가 그대로 따를 이유는 없다’는 뜻이 배어있다.
실제 22명의 평가위원들이 10일 모여 10구단 창단을 희망한 KT-수원과 부영-전북의 프레젠테이션(PT)을 보고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이제 취합된 자료는 KBO로 모아져 11일 이사회에서 그 뚜껑이 열린다. 9개 구단 사장단과 KBO 총재는 이 결과를 받아들고, 10구단의 주체를 결정한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10구단을 결정하는 것이 KBO의 기본 방침이다. 오래 끌수록 네거티브가 치열해지면서 잡음이 커지고, 혹시 정치권의 개입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11일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주체를 곧바로 결정할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이사회 사장단은 야구단의 수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큰 사안은 모기업의 의중을 타진한 뒤 움직일 수밖에 없는 위치다. 실제로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3∼4개 구단 사장단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사를 표시했다.
만에 하나 평가위원들의 결론이 이사회에 참가하는 상당수 사장들의 의중과 달리 나올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결론을 유보하고 구단주 총회까지 시간을 번 뒤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모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사회는 속성상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KBO가 10일 밤부터 평가 결과를 들고 사장단과 교감을 나눴다면, 평가위원단의 채점 결과에서 확연한 격차가 생겼다면 11일 전격적으로 10구단이 선정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