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개인훈련을 해오던 이대호(31·오릭스)는 10일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경기도 파주의 한 세트장으로 향했다. 건축자재 전문기업 ㈜청암의 CF를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영화배우 송중기와 함께 모 스포츠의류 CF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던 ‘광고 모델’ 이대호가 이날 또 다른 CF를 찍은 데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야구선수로 최정상에 오른 이대호에게는 믿고 따르는 스승이 몇 명 있다. 경남고 시절 3년간 가르침을 줬던 정연회(69)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그 중 한 명. 얼마 전 정 전 감독은 ㈜청암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위해 이대호에게 CF 모델을 부탁했다. 이대호는 스승의 부탁을 선뜻 받아들였다. CF 출연료는 ‘공정가’에 비해 훨씬 저렴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대신 이대호는 광고주에게 색다른 조건을 요구했다.
㈜청암은 주택의 창, 문 등을 주로 제작·공급하는 업체. 이대호는 자신이 독거노인에게 연탄배달 같은 봉사활동을 할 때 힘을 보태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어려운 환경의 노인들에게 이중창문이라도 달아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고, ㈜청암도 흔쾌히 수락했다.
CF ‘프렌치카페 악마의 유혹’과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뮤직비디오 등을 연출한 광고제작사 데저트문의 유지혁 감독이 총 지휘한 가운데 하루 종일 CF를 촬영을 한 이대호는 KTX 막차를 타고서야 부산으로 돌아갔다. 이대호는 11일 “나를 키워주신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 피곤한 줄도 모르고 촬영했다”며 “청암에서 봉사활동 때 힘을 보태기로 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CF는 3월 1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한편 이대호는 오릭스 구단 직원인 정창용 씨와 함께 12일 사이판으로 출국해 본격적으로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구단의 허락 하에 2월 초 일본 미야코지마에서 열리는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개인훈련을 계속하다 2월 11일 대표팀 소집에 응해 이튿날 전훈지 대만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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