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1년 넘게 올인(다걸기)해 온 전북도는 11일 사실상 10구단 경쟁에서 탈락하자 침통한 분위기다. 전날 프레젠테이션(PT) 참석차 상경한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한 달째 서울에 상주하며 10구단 유치에 총력전을 편 김승수 정무부지사는 이날 “수원-KT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반응이 나오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국구 전북도 스포츠생활과장은 “전북은 인구나 흥행성, 야구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음에도 마지막까지 선전했다. PT도 성공적이어서 막판 뒤집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KT보다 야구발전기금을 적게 써낸 게 결정적인 패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10구단 평가 항목 중 하나였던 야구발전기금으로 수원-KT는 200억 원을, 전북-부영은 8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는 공식 논평에서 “(수원-KT의) 자본과 물량 공세에 밀렸다”면서도 “아마야구 동호회 활성화 등 도민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와 시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도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김모 씨는 “전북은 2011년 통합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경남에 뺏겼다. 이어 총력을 기울인 10구단 창단까지 좌절돼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 씨는 “정부가 소외지역에 (프로야구단 유치 등)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전북도의 한 중견 야구인은 “기업 규모나 시장성 등 모든 면에서 수원-KT보다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10구단 체제가 결정된 만큼 전북의 프로야구단 추가 창단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전략 실패도 거론됐다. 전북도는 2011년부터 KT와 몇몇 재벌그룹을 접촉했으나 실패하자 전북 소재 닭고기 업체인 하림과의 제휴를 추진했다. 그러다 KT-수원이 먼저 공식 발표를 하고 나오자 하림-전북은행-일진 컨소시엄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에 대해 “컨소시엄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단일 회사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지난해 11월에야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그룹 카드를 급조해 들고 나왔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국내 건설경기도 불황인 상황에서 부영의 경쟁력은 연매출 28조 원의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에 미치지 못했다. “KT의 지속적인 구단 운영능력이 크게 인정됐다”는 KBO의 얘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체대 스포츠분석센터 박재현 교수팀은 “전북-부영은 ‘전 국민이 즐기는 프로야구’라는 명분론으로 초반 열세를 딛고 대등한 싸움을 했다”며 “그러나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프로야구에서 규모가 큰 기업이 10구단의 주인공이 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