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화 2군 전용훈련장. 한화 이종범(43·사진) 주루코치의 우렁찬 목소리가 실내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이 코치가 주문한 지옥의 근력훈련을 소화한 내야수 중 1명인 오선진(24)은 “죽을 것 같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훈련은 혹독해도 웃음은 넘쳐났다. 이 코치는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다. 그는 “지도자로 배우러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코치로 처음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아이들이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지난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올해 일본 주니치로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이었다. 그는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 말이 너무 많아서, 잠시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응룡 한화 감독의 부름을 받고 모든 것을 정리했다. 이 코치는 “마침 주니치 2군에 내가 일본에서 뛸 때 있었던 분들이 감독, 코치로 계셔서 지도자 연수를 받기로 얘기가 다 됐는데, (김응룡) 감독님이 부르셔서 왔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일본으로 갔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 코치는 “연고도 없는 데다, 팀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결정에 후회는 없다. 이 코치는 “아이들이 성실하고 착하다.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흐뭇해하고는 “야구는 연습이 아닌 실전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펑고 배트를 더 힘차게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