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30)는 15일 지난해 연봉 3억원에서 2000만원(6.7%) 깎인 2억8000만원에 사인했다. 2008년 신인왕 수상 후 해마다 연봉 상승곡선을 그리다 처음 겪는 연봉삭감. 그래서인지 그는 “연봉 계약 후 다들 후련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후련하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출과 재입단, 그리고 늦깎이 신인왕.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써나가던 그는 특히 2011년에는 타율 0.340에다 홈런(30개) 1위, 타점(118개) 1위, 장타율(0.617) 1위 등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삼성의 간판타자가 됐다. 때를 잘못 만나 투수 4관왕 윤석민(KIA)에게 밀리면서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놓쳤지만, 지난해 MVP인 넥센 박병호(타율 0.290·31홈런·105타점·장타율 0.561)와 비교해도 훨씬 뛰어난 성적이었다.
그러나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최형우에게 시련이 닥쳤다. 지난해 시즌 초반 끝 모를 부진에 시달렸다. 5월 20일까지 타율 0.206에 홈런은 0개. 4번타자 자리도 내놓았고, 2군까지 강등됐다. 스스로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건방졌다. 생각대로 다 되는 줄 알았다. 욕심을 내다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결국 시즌 타율을 0.271까지 끌어올렸고, 14홈런, 77타점으로 마감했다. 타점은 8위까지 치고 올랐다.
그러나 구단의 연봉 책정은 냉정했다. 최형우는 동결을 주장하며 버티다 결국 자존심을 굽혔다. 올 시즌 삼성 주장에 선임된 그는 “주장이 캠프 안 가는 것도 웃기지 않느냐. 솔직히 그래서 빨리 사인했다. 이왕 계약했으니 빨리 마음부터 잡겠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은 20일부터 시작하지만, 이날 먼저 이승엽 김상수와 함께 전훈지인 괌으로 날아갔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 말이 의미심장했다. “연봉삭감이 더 독하게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작년 초반 같은 부진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올해 한번 지켜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