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린다. 김석한(59) 전 중등연맹회장,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 새누리당 윤상현(51)의원 등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 양상이다. 정작 중요한 정책 하나가 치열한 선거전에 가려 있다. 투표 방식이다. 회장에 당선되려면 협회 산하 8명의 연맹 단체장과 16명의 시도협회장 등 24명 대의원 가운데 과반수인 13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후보들은 24명 대의원의 표심만 잡으면 된다. 다수 축구인의 목소리가 회장 선거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혼탁선거가 판을 친다. ‘추천서(정식 후보등록을 하려면 대의원 3명의 추천서가 필요)를 써 주면 몇 억, 뽑아주면 몇 억’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각종 정치권 인맥이 등장하고 ‘자녀의 취업 보장’부터 ‘선거 당일 기표용지를 휴대폰으로 찍어 보여 달라고 요구한 후보가 있다’는 황당한 루머까지 나돈다. ‘대의원 몸값이 금값이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지금의 현실이다.
○차기 회장이 바꿔야
사실 과거에는 현행 선거 방식에 이렇다할 비판이 없었다. 지금까지 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진 것은 1978년과 1997년과 2009년 등 3번뿐이다. 그 외 대부분은 기업가나 정치인을 모셔와 추대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시대가 변했으니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일부 유럽 선진국의 예를 참고해 볼만 하다.
스페인은 대의원 숫자가 182명, 독일은 260명, 프랑스는 256명이다. 이들이 직접투표로 회장을 뽑는다. 프랑스는 1,2,3부 리그 프로 구단 대표(3부 리그 중 아마추어로 등록된 팀 제외)와 3부 리그부터 하위리그에 해당하는 아마추어 구단 대표, 지역리그 대표 등 이상적으로 대의원이 구성돼 있다. 잉글랜드는 조금 다르다. 종신직을 포함한 394명의 대의원 중 소수의 부회장단이 선출되고 여기서 호선으로 회장을 뽑는다. 부회장단은 오랫동안 축구발전에 기여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그 결과에 특별한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다.
결론은 나왔다. 일단 대의원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 단, 숫자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의원을 지방시도협회장을 비롯해 프로구단 대표, 아마추어구단 대표, 초중고대 지도자, 미디어, 학자 등으로 구성하되 이들이 과연 한국축구 대표자를 뽑을 만한 자격과 인품을 갖췄는지 꼼꼼히 평가해봐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격미달이면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회장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 중 선뜻 대의원 제도 개혁을 말하는 이가 없다. 선거가 코앞인데 괜히 대의원을 자극했다가 표심을 잃을까 우려해서다.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이 출마 기자회견 때 “(대의원 제도 개혁에 대해)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가 출마 포기 뒤 “당장 달라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게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