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의 돌풍을 꿈꾸고 있는 곽경근 부천 FC 감독. 기존 선수들을
대거 물갈이한 그는 3년 뒤 1부 리그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욕 많이 먹었어요. 지금도 절 원망할지 몰라요.”
16일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 축구장. 세찬 바닷바람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듯 부천FC 1995 곽경근 감독(41)은 표정을 찡그리며 읊조리듯 얘기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데리고 오고 싶었죠. 하지만 뛸 수 있는 놈들만 데리고 왔어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부천 FC 선수들. 강한 바닷바람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키우고 있다. 부천 FC 제공프로축구 3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소속 클럽이었던 부천 FC는 지난해 12월 프로축구 2부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거듭났다. 올해 출범하는 프로축구 2부 리그인 K리그에 8번째 팀으로 참가한다. 곽 감독은 챌린저스리그 때 함께 뛰던 40명 중 5명을 제외하고 모두 내쳐야 했다.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기존과 수준이 달라야 했기 때문이다. 부천 FC는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9명을 비롯해 실업축구단 등에서 데려온 선수들로 팀을 새로 꾸렸다.
곽 감독은 지난 1년간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곽 감독은 “프로축구 2부 리그로 갈 줄은 몰랐다. 정말 산통을 거쳤다”고 소회를 밝혔다.
곽 감독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옛 프로축구 부천 SK의 간판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2004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212경기에서 36골 23도움을 기록했다. 고등학교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곽 감독은 2011년 11월 부천 FC의 감독 모집 공고를 보고 직접 구단을 찾아갔다. 부천 FC로서는 부천 출신 스타의 귀환이 반가웠지만 시민구단 형편에 곽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수 없었다. “돈을 보고 오지 않았다”고 말한 곽 감독은 “고향인 부천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2부 리그 구단으로서의 진용은 짜였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3년 뒤 1부 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3일 첫 훈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암담했다. 곽 감독은 “처음 선수들과 만났을 때 호흡도 안 맞고 참 힘들었다. 보름 정도 지나고 나니 선수들도 잘 따라오고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부천 FC는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두었다. 하지만 곽 감독은 불만스러운 내색이다. “승패가 문제가 아니죠. 아직 제가 생각하는 경기 내용에 비추어 보면 50점도 안 됩니다. 더 해야 해요.”
곽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곽 감독은 “올 시즌 목표는 ‘도전’이다. 우리는 이제 첫 걸음마를 뗀 팀이나 다름없다. 부천시민들이 ‘우리 팀’이라며 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듯 보였다. 3년 뒤 1부 리그에서 선수들과 함께 강팀들을 상대로 즐거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말이다. 물론 부천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