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 나온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주희정(36·SK·사진)은 20일 KT전에서 역대 처음으로 정규리그 통산 8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팀이 25점 차의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주희정은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라이벌전에서 너무 크게 지는 바람에 거참…”이라며 아쉬워했다.
출전 경기 수 부문 역대 2위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추승균(KCC 코치)의 738경기, 3위는 서장훈(KT)의 675경기다. 서장훈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했다. 출장 경기 수에서 10위 안에 든 현역 선수는 서장훈과 삼성의 황진원(557경기·9위) 등 셋뿐이다. 황진원의 나이가 35세인 점을 감안하면 주희정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를 2학년 때 중퇴하고 1997∼1998시즌 프로에 데뷔한 주희정은 지난 시즌까지 8경기만 결장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번 시즌에도 21일 현재 전 경기(34경기)를 뛰었다. 800경기를 뛰는 동안 평균 출전 시간은 34분 44초나 된다.
주희정의 대학 3년 선배인 전희철 SK 코치는 “어떤 때 보면 저렇게 많이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아는 선수다. 희정이는 예전부터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력에서도 기복이 없다. 어시스트(4942개)와 가로채기(1373개)에서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8차례를 기록한 트리플더블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다. 그는 “열심히 해서 쌓은 기록들이어서 모두 의미가 있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트리플더블 기록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했다.
체력 걱정을 하지 않던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희정의 목표는 1000경기 출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목표는 다르다. “아직도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체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1000경기를 채우려면 마흔까지 뛰어야 한다. 아무래도 무리다. 이제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뛴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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