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초 당긴 빙상女帝 “어머, 나도 믿어지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 이상화 월드컵 500m 세계신

적수가 없다.

2012∼2013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는 이상화(24·서울시청)의 독무대다. 어떤 대회에 나가든 시상대 제일 높은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빙속 여제’로 군림하고 있는 이상화가 21일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세계신기록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상화는 이날 36초80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헤더 리처드슨(미국·37초42)을 여유 있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위징(중국)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때 작성한 세계기록(36초94)을 무려 0.14초 앞당긴 새 기록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가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에서 겨울올림픽 2연패를 이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500m의 절대 강자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예니 볼프(독일), 위징, 왕베이싱(중국) 등 쟁쟁한 선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경쟁자들을 저만치 따돌린 채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시작된 월드컵 1차 대회부터 이날까지 열린 4차례의 월드컵 1,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8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포인트도 800점을 쌓아 2위 볼프(481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상화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때 (신기록을) 작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완성형 선수로 발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상화를 키운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상화는 미완성 단계였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흠잡을 게 없는 완성형 선수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게 초반 기록의 단축이다. 2009년만 해도 이상화의 초반 100m까지의 기록은 10초40∼10초50을 오갔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10초20 후반에서 10초30 초반까지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안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이상화는 초반 레이스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날 2차 레이스에서는 초반 100m에서 10초26을 기록했다. 김 전무는 “초반 100m 기록이 좋아지면서 전체 레이스에 여유가 생겼다. 초반에 벌어 놓은 게 있으니 안정된 자세로 나머지 400m를 주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상화는 예전보다 체중을 2∼3kg 줄이는 대신 근력은 더 키워 폭발적인 레이스가 가능해졌다.

○ 평정심 유지가 관건

현재 추세로는 당분간 이상화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부상이다. 또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역효과를 불러오기 일쑤다. 실제로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이듬해 열린 2011년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발목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친 바 있다.

이상화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레이스에 나서겠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 전무는 “이번 대회 출발 전 상화와 통화를 했을 때도 전혀 긴장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기색이 없었다. 지금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내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상화#세계신기록#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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