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찬’ 포크볼 삼총사 “WBC 미꾸라지 공인구, 손맛 죽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직구로 날아오다 뚝 떨어져… 일본 외에는 흔치 않은 구종
실밥 잡아채지 않는 그립이라 솔기 밋밋해도 구위 영향 없어

속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진다. ‘포크볼(fork ball)’은 타자들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 자칫 마음을 뺏겼다간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모양이 ‘포크’와 비슷하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포크볼 삼총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으로 뭉쳤다.

○ 세계적인 명품 포크볼

WBC 대표팀 양상문 수석코치는 “이 선수들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포크볼을 던진다. 일본도 포크볼을 즐겨 던지지만 각도가 다르다. 우리 선수들의 떨어지는 각도가 더 크다”고 자신했다. 윤희상(SK)과 노경은 이용찬(이상 두산)을 두고 한 말이다.

윤희상은 지난해 SK에서 유일하게 10승을 거뒀다. 193cm의 큰 키를 활용해 찍어 내리는 포크볼은 구속 130km 후반대에 이른다. 속구와도 큰 차이가 없어 알고도 속는 경우가 많다.

노경은과 이용찬은 원조 ‘포크볼러’ 정명원 두산 코치에게 포크볼을 배웠다. 노경은의 포크볼은 이용찬에 비해 떨어지는 각이 크진 않지만 최고 구속이 139km로 빠르다. 150km에 이르는 속구와 110km대 커브를 곁들인 지난해 노경은의 포크볼은 가장 매력적인 결정구였다. 지난해 노경은(12승 6패)에 버금가는 활약을 한 이용찬(10승 11패)은 낙차 큰 포크볼이 특징이다. 구속이 120km 중반에서 130km 초반이지만 속구를 던질 때와 투구폼이 거의 같고 제구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 미끄러운 공인구에 ‘딱’

일반적인 포크볼 그립.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우듯 잡고 두 손가락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던진다. 동아일보DB
일반적인 포크볼 그립.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우듯 잡고 두 손가락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던진다. 동아일보DB
포크볼 삼총사가 주목을 받는 건 WBC 공인구 때문이기도 하다. WBC에서 사용하는 공은 미국 ‘롤링스’사 제품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공과 같은 규격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에 비해 둘레가 1∼2mm 작다. 가죽도 미끄럽고 실밥도 밋밋하기 때문에 포심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 커브 등과 같이 실밥을 잡아채는 구종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크볼은 그립의 특성상 실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WBC 공인구 훈련을 시작한 이용찬은 “공에 적응하기 위해 캐치볼을 하고 있는데 많이 미끄러진다”면서도 “주무기인 포크볼을 던지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포크볼은 일본을 제외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종이 아니다. 양 수석코치는 “미국과 쿠바, 대만 등은 공격적인 타격을 한다. 특히 단기전이기 때문에 세 선수가 포크볼을 잘 활용하면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포크볼#WBC#윤희상#노경은#이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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