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투수가 부리고, 돈은 타자가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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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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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연봉 재계약 사실상 마무리

‘명분은 투수가 세우고, 실리는 타자가 챙겼다.’

사실상 마무리된 2013년 프로야구 연봉 재계약 판도다. 22일 현재 SK를 제외한 8개 구단은 연봉 재계약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SK도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리는 정근우 최정 송은범과 지난해 ‘홀드왕’ 박희수 등 4명을 뺀 나머지 선수와는 재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올해 연봉 재계약에서는 넥센을 제외한 7개 구단이 타자보다는 투수들에게 더 후한 대접을 해줬다. 두산은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노경은의 연봉을 지난해보다 무려 191%나 인상해줬다. SK도 투수 윤희상에게 팀 내 최고인 188.9%의 인상률을 안겨줬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넥센의 투수 박성훈과 한현희도 연봉 인상률에서 100%를 넘겼지만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각각 254.8%와 220.8%가 인상돼 프로야구 선수 전체 연봉 인상률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연봉 액수에서 가장 많이 오른 선수 역시 롯데와 넥센을 제외하고는 7개 구단 모두 투수들이 차지했다.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는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연봉 협상 무대에서도 위력을 떨친 것이다.

반대로 각 구단의 최고 연봉 선수는 넥센의 김병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자들이 차지했다. 한화의 김태균과 삼성의 이승엽, 두산의 김동주는 프로야구 전체 연봉 순위에서 1, 2,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마운드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구단마다 강타자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는 선수를 구단들이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 연봉을 크게 인상해 줄 거라는 이른바 ‘FA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강민호의 연봉만 지난해보다 2억5000만 원 인상됐을 뿐 나머지 예비 FA 선수들은 인상액이 2억 원을 넘지 못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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