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 리그 팀이 1부 리그의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고 컵대회 결승에 오르는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 리그 소속인 브래드퍼드 시티는 23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12∼2013 캐피털원컵 준결승 2차전 방문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소속 애스턴 빌라에 1-2로 졌다. 그러나 9일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3-1로 승리했던 브래드퍼드는 1, 2차전 합계 4-3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브래드퍼드는 첼시-스완지 시티 전의 승자와 다음 달 2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브래드퍼드는 1911년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한 번도 주요 대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4부 리그 팀이 컵대회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62년 로치데일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처음이다. 잉글랜드 컵대회에는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부터 4부 리그까지의 70여개 팀이 출전하며 대회 명칭은 스폰서의 이름을 따 바뀌어 왔다.
브래드퍼드는 이번 대회에서 위건 애슬레틱(16강), 아스널(8강), 애스턴 빌라(4강) 등 프리미어리그의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영국 도박사들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브래드퍼드의 우승 확률을 1만분의 1로 봤다.
현지 언론은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에서 4부 리그 팀인 칼레가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때를 떠올리며 영국판 ‘칼레의 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903년 창단한 110년 역사의 브래드퍼드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오가다 1999∼2000시즌 1부 리그에서 꼴찌를 하며 2부 리그로 강등됐고, 이후 재정난 등 악재가 겹쳐 4부 리그까지 추락했다.
이날 브래드퍼드는 전반 24분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10분 제임스 핸슨이 동점골을 넣으며 추격했다. 브래드퍼드는 후반 44분 한 골을 더 내줬지만 추가실점을 하지 않아 기적을 만들어냈다. 여러 차례 강슛을 막아낸 골키퍼 맷 듀크는 “꿈동산에 들어섰다”며 기뻐했다. AFP통신 등은 ‘거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동화 같은 일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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