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30-30클럽 후계자는 최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월 26일 05시 00분


박재홍(오른쪽)이 25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선수 초상권 비리에 얽힌 전직 선수협회장 손민한을 불러 사과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박재홍(오른쪽)이 25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선수 초상권 비리에 얽힌 전직 선수협회장 손민한을 불러 사과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기록의 사나이 은퇴 회견

2010년 KS1차전 V발판 볼넷 기억 생생
최선 다했다면…깨끗한 퇴장도 멋진 일
최정 사구 줄이면 30-30 클럽 가능성 커


300-300 대신 해설로 팬들 마음 훔칠 것

“전날까지도 울지 않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불혹의 레전드’는 은퇴의 변을 털어놓는 동안, 문득문득 말을 잇지 못했다. “질문을 받고, 예전 기억들을 더듬다보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호타준족의 표상’ 박재홍(40)이 25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7년간의 프로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케이블채널 MBC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그는 “300-300클럽(300홈런-267도루)까지 도루 33개만을 남겨둔 점이 가장 아쉽다. 이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쳐서 그 아쉬움을 씻겠다. 돌려 말하지 않고, 선수들의 모습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은퇴 결심 굳히기까지

박재홍은 지난해 11월 SK로부터 코치연수 제의를 받았다. 2011년 말에 이어 2번째 은퇴제안이었다. 그러나 현역 연장에 대한 그의 의지는 강했다. 결국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사실상 방출됐고, 본인 스스로 새 팀을 알아봤다. 그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그를 원하는 팀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직이 팀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선수협회장을 그만둘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회장에서 물러나고 팀을 구하지 못하면 더 창피한 일이 아니냐?”고 했다. 결국 박재홍은 “최선을 다했다면, 깨끗이 물러나는 것도 멋진 일”이라는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박재홍은 1996년 30-30클럽 최초 개설, 30-30클럽 3회 가입(최다), 200-200클럽 최초 개설, 역대 7번째 300홈런 등의 기록을 세웠다. 수많은 홈런을 쳤지만, 그가 꼽은 ‘내 인생 최고 타석’의 결과는 볼넷이었다. 2010년 10월 15일 문학에서 열린 SK-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2-3으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서 오승환(삼성)이 마운드에 오르자 SK 김성근 감독은 김강민 대신 박재홍을 대타로 내세웠다.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 이후 SK는 김재현의 적시타로 앞서 나갔다. 박재홍은 “누가 봐도 내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꼭 나가고 싶었다. 오승환 공에는 자신이 있었다. 볼넷으로 밸런스가 흔들린 오승환이 이후 김재현에게 적시타를 맞았다”고 추억했다. 당시 그는 플래툰시스템 속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결정적 순간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후계자는 최정

박찬호와 박재홍 등의 은퇴로, 이제 황금세대라고 불린 1992학번 가운데 현역은 송지만(넥센)뿐이다. 박재홍은 “다들 떠났다. (故)(조)성민이는 정말 멀리 떠났다”고 상념에 잠긴 뒤, “(송)지만이가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응원을 보냈다. 프로통산 7번 나온 30-30클럽은 2000년 박재홍 이후 명맥이 끊겼다. 메이저리그에서 8번, 일본프로야구에서 2번 나왔던 개인통산 300-300클럽은 박재홍 이외에는 근접한 선수조차 없다. 그는 ‘호타준족’의 후계자로 2012시즌 20-20클럽에 가입한 최정(SK)을 지목했다. “몸에 맞는 공이 많으면 부상 위험이 크다. 최정이 사구만 줄이면 충분히 30-30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n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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