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새 외국인투수 스캇 리치몬드(34)는 계획대로라면 26일 사이판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어야 했다. 그러나 27일 오후까지는 오지 않았다. 돌연 딴 마음을 먹고, 롯데 입단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사연을 들어보면 거의 ‘롯데 찾아 3만리’가 따로 없다.
리치몬드의 집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다. 피닉스에서 롯데 전훈지인 사이판까지 오는 항공 직항편이 없다는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결국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사이판에 도착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런데 하필 시간이 맞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사이판으로 가는 항공편의 간격이 너무 길어지자 롯데는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리치몬드를 다시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도쿄에 도착하니 사이판행 비행기가 기약 없이 연착돼 버렸다. 27일을 도쿄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이처럼 하도 동선이 길어지다 보니 리치몬드의 행적을 롯데 구단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게 됐다. 무려 2차례나 경유를 했어도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대할 따름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28일이 휴식일이라 리치몬드가 기진맥진해 사이판에 도착해도 기나긴 여독을 풀 시간은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