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해 달리는 대회, 함께 달리되 경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대회,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대회가 시작됐다.
29일 강원 평창군 용평돔에서 막을 올린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은 첫날부터 감동을 전했다. ‘스노맨’을 앞세운 개막 공연은 지적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감동과 힘을 줬다.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지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멸시에 좌절하지만 가족애와 우정을 무기로 자신감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로 스노맨은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 도전하는 지적장애인을 상징한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아이로 태어난 ‘스노맨’은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증오와 미움을 상징하는 태양이 나타나 그를 녹이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쓰러진 스노맨은 그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과 눈꽃 요정이 전해준 힘으로 일어나 빙판 위에서 마음껏 나래를 펼친다.
주인공 스노맨 역을 맡은 감강찬(18·휘문고)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트의 기대주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감강찬은 2011년 12월 독일 NRW 트로피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고 2012년 2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16위, 프리프로그램 17위로 종합 17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한 달 전에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주인공으로 선정된 뒤 연습을 해 온 감강찬은 “제 연기를 보시는 분들을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었다.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장애인에게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성화 점화자 황석일(25)은 자폐장애가 있어 말이 어눌하고 평소 행동은 조금 느리지만 스노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는 누구보다 빠르다. 2009년 아이다호 겨울 대회, 2011년 아테네 여름 대회에 출전한 그는 아이다호 대회에서 스노보딩 상급에서 금 2, 은메달 1개를 땄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로서 스페셜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데다 ‘선수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직업인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성화 점화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단이 가장 먼저 입장하면서 시작된 개막식은 개최국 한국이 등장하면서 106개국 선수단이 모두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베트남, 태국, 몽골, 파푸아뉴기니, 파키스탄, 네팔, 캄보디아 등 스페셜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나라의 선수단이 용평돔에 등장할 때마다 선수단 등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다. 이어 태극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기적의 청년’ 박모세가 애국가를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테네에서 채화돼 전국 2500km를 돌아온 성화가 용평돔에 입장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수 이적과 지적장애인 합창단이 대회 주제곡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을 부르면서 개막식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106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선수단은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스노슈잉, 플로어하키, 스노보딩, 피겨스케이팅, 플로어볼(시범종목) 등 8개 종목에서 ‘꼴찌도 아름다운 경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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