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의 하석주(45) 감독과 노상래(43) 코치, 김도근(41) 코치, 이민성(40) 코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출신이다. 스포츠동아는 태국 방콕에서 제자들을 조련하고 있는 지도자 4인방과 생생한 사커토크를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논하다
-코치들에게 하석주란?
하석주(이하 하) :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눈치 보지 말고. 그런데 감독이 코치를 선임한다는 사실은 기억해(웃음).
이민성(이하 이) : 음…. 현역으로 형 동생 생활할 때는 알지 못했는데, 의외로 꼼꼼하더라고요. 근데 저 아직 1월에 사인한 계약서 잉크도 마르지 않았어요.
김도근(이하 김) : 요즘 수평 리더십이니 뭐니 말 많잖아요. 그 전형이죠. 선수 때는 안 그러셨는데.
노상래(이하 노) : 감독님은 확실히 수가 높죠. 레벨이 다르죠. 그런데 돌발 질문은 삼가셨으면 해요. 생각할 틈도 없이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시니.
-선수 때 하석주 감독은 어땠나?
김 : 덜렁대는 것까진 아닌데, 보스나 형님 기질이 강했죠. 예전 대표팀이 가끔 모이면 윗분 몰래 딴 짓(?)도 했고요(웃음). 후배들이 정말 잘 따랐어요.
하 : 야, 그런 얘기를 여기서 하면 어떡해?(웃음)
노 : 감독님이 조금 건성건성 하는 것 같아도 속은 꽉 차 있었죠.
이 : 좋게 보면 머리가 비상한 거고, 반대는 아시죠? 이제야 본래 꼼꼼한 사람이다 싶은데.
-몇 점짜리 선·후배?
하 : 최소 90점 이상. 열정도 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지 않고. 성향도 제각각이죠. 노 선생은 꼼꼼하고, 김 선생은 분위기메이커로서 손색없고. 이 선생은 진솔하고 속 깊은 친구죠. 이친구들을 만났으니 권위와 권한만 내세울 수 있겠어요?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몰라도 훗날 ‘우리 그 때 그랬지’ 행복하게 웃을 관계가 됐으면 해요.
일동 : 우리 자주 만나요. 소통도 많고. 술자리도 자주 하며 회포를 풀죠.
하 : 최적의 스트레스 해소가 바로 회 한 접시에 곁들이는 소주와 맥주 섞음이야. 메뉴가 거의 비슷해도 항상 생각나. 그래도 요즘은 많이 약해졌지.
노 : 예전에는 술자리가 좀 두려웠는데, 감독님이 핸디를 주셔서 버틸만 해요.
○함께 나이 드는 동반자
-상처받지 않을 올 시즌을 위해 뭐가 필요할까?
노 : 긴 시즌을 보내다보면 분명 10% 부족함과 위기가 도래할 때가 있겠지만 저희는 숨길 생각이 없어요.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아야죠.
김 : 감독처럼 외로운 자리도 없잖아요. 사실 코치들이 전부 감독 속내를 알 수 없겠지만 미처 보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찾아내야겠죠.
이 : 혼란이 닥치면 머리회전도 안 되고, 앞이 캄캄하실 때가 있겠지만 사심 없이 정확히 조언해야죠. 감언이설로 위로하기보단 직설적으로 꼬집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 싶을 때는 언제?
하 : 야, 난 50대는 안 왔으면 좋겠어. 팔팔했는데, 벌써 40대 중반이네.
노 : 최근 모 선수 나이를 물었더니 25세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프로에 입문할 때가 딱 그 나이였죠.
김 : 몸에 고장이 하나씩 나요. 얼마 전에 오른 무릎 연골 수술도 받았죠.
하 : 코치 재계약 안 할까봐 한참 숨기고 있었잖아. 이 선생이 좀 안 좋지.
이 : 왜들 그래요? 앓는 소리 안 해요. 정말 괜찮은데.
-다른 직종을 꿈꾼 적은?
하 : 다른 직업은 전혀 노(No). 은퇴 전에 영어권 무대에서 몇 년 더 선수생활 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은 있지. 사실은 은퇴 동시에 지도자로 곧장 뛰어들었으니 생각할 여유도 없지.
노 : 전 은퇴하고 프로골퍼 좀 생각했는데. 잘 안 풀렸죠.
일동 : 포기는 정말 잘한 듯.
노 : 아니, 기본기를 좀 더 다졌으면 가능할 뻔 했다고요.
김 : 다른 분야는 생각한 적도 없죠. 친정 후배를 지도할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죠.
이 : 지도자는 한 번 해보고 싶었죠. 많이 편해보여서. 요즘은 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게 내게 맞는 길일까 하고. 문득 구단 단장도 좋다 싶어요.
하 : 선수 출신 행정가면 좋겠는데, 선수단에 대한 월권행위도 우려되지 않아?
이 : 전 성적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축구 인사관리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고 싶었어요.
-선수 출신 에이전트라면?
하 : 전혀 생각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 다만 자신 없어서 못했지. 상처받기 싫고. 돈에 얽혀 사람 잃고 싸움 하고. 내 성격에 안 맞아. 그냥 에이전시 고문이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