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령탑이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또 선수들이 품을 떠나간다. 이상하게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대체선수 발표 때마다 롯데 선수들이 발탁되고 있다. 추신수(신시내티)의 대타로 외야수 손아섭이 차출되더니, 이용찬(두산)을 대신해 우완 에이스 송승준이 또 대표팀으로 불려갔다.
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31일 사이판에서 롯데의 전지훈련을 지휘 중인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용찬의 부상 소식을 알리고, ‘송승준을 데려가고 싶다’는 뜻을 타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송승준만큼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 마무리 정대현. 외야수 손아섭 전준우를 이미 대표팀에 내준 상황에서 송승준마저 없다면 전훈 자체가 흔들린다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김 감독은 올해 처음 롯데 지휘봉을 쥐었다.
그러나 사람 좋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고민을 거듭했다. 류 감독의 처지를 떠올리니 마음에 걸렸다. 사이판에 머물던 배재후 롯데 단장과 꼬박 하루 동안 상의한 끝에 1일 “쿨하게 보내주자”고 결정했다.
나라를 위하는 길이기에 롯데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당사자 송승준이 대표팀 합류를 강하게 희망했다. 이에 김 감독은 1일 류 감독과 다시 통화해 “부상 없이 잘 돌려보내달라”고 승낙의사를 전했다. 마침 송승준은 2일 첫 라이브 피칭에서 최고구속 143km를 찍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