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공주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현인아, 쇼트트랙 500m 53초48로 우승
장신 얼짱… “비장애 선수 못잖은 경기력”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메달이 걸려 있으니 정말 떨렸다.”

‘얼짱’ 현인아(15·창동중)의 엄마 허영미 씨(47)는 딸이 금메달을 딴 직후에도 긴장한 듯 보였다. 그는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금메달이라는 그 느낌을 꼭 알게 하고 싶었다”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인아는 1일 강원 강릉빙상장에서 열린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500m 8디비전 결선에서 53초48로 우승했다. 2위 캐스린 선더스(캐나다)와는 0.76초 차. 스페셜올림픽은 같은 종목이라도 장애 정도와 실력에 따라 디비전으로 나눠 메달을 다툰다. 디비전 숫자와 레벨은 상관이 없다.

스페셜올림픽은 ‘모두가 승자인 대회’로 통하지만 예외는 꽤 있다. 장애 정도가 덜한 선수끼리는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현인아가 속한 8디비전도 그랬다. 전체 23개 디비전으로 나뉘어 열린 이 종목에서 현인아의 기록은 가장 좋았다. 현인아는 출발부터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완벽하게 경기를 끝냈다. 170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파워와 부드러운 코너링은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와 다를 게 없었다. 경기를 지켜본 ‘쇼트트랙의 대부’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는 “전혀 장애를 느낄 수 없었다. 스케이트를 제대로 배웠다. 아마 엄청나게 노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말이 맞다. 현인아는 창도초등학교 1학년 때인 2006년 9월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벌써 7년째 얼음을 지치고 있다. 스케이트를 배운 건 치료를 위해서였다. 현인아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도 또래보다 1년 늦었다.

현인아는 생후 28개월 때 아주대병원에서 자폐 진단을 받았다. 두 살 위 오빠를 키워봤기에 딸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으면서도 ‘휠체어를 탄 사람들만 장애인인 줄 알았던’ 엄마는 예쁜 데다 또래보다 신체 발육이 좋은 인아가 설마 장애 판정을 받을 줄은 몰랐다. 현인아는 말도 더디고 아주 산만했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인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놔둬야 할 정도였다. 차가 쌩쌩 달리는 길로 뛰어들기 일쑤였다.

스케이트를 시작한 뒤 현인아는 확실히 달라졌다. 적어도 얼음 위에 있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집중력이 뛰어났다. 엄마는 “효과를 얻기까지 3년 정도는 걸린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런 스케이트를 그만둘 뻔도 했다. “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돈 많이 드는 운동을 왜 계속하느냐”는 주변의 얘기에 엄마의 마음이 흔들렸고 2011년 4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인아는 스케이트를 끊었다. 이 기간 아테네 여름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롤러스케이트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라는 지인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면서 인아의 스케이트 인생은 다시 시작됐다. 엄마는 “스케이트를 쉬는 10개월 동안 체중이 10kg이나 늘었다. 고된 훈련을 이겨내면서 불어난 체중은 다 빼고 실력은 키운 인아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강릉=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현인아#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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