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프로 가려고 야구… 미국은 삶을 즐기려 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이종열 前 LG 코치, 美고교야구 코치로 변신

태평양을 건너온 고교 야구 코치는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볼링그린 고교에서 외국인 코치는 이종열이 처음이다. 볼링그린 지역 일간지 ‘센티널트리뷴’은 지난해 9월 “야구에 대한 사랑은 언어 장벽도 허문다”는 제목으로 이 코치를 소개했다. 당시 기사와 함께 실렸던 이 코치의 사진. 센티널트리뷴 홈페이지(www.sent-trib.com)
태평양을 건너온 고교 야구 코치는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볼링그린 고교에서 외국인 코치는 이종열이 처음이다. 볼링그린 지역 일간지 ‘센티널트리뷴’은 지난해 9월 “야구에 대한 사랑은 언어 장벽도 허문다”는 제목으로 이 코치를 소개했다. 당시 기사와 함께 실렸던 이 코치의 사진. 센티널트리뷴 홈페이지(www.sent-trib.com)
‘제임스 리’는 사실 1류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선수와 코치로 21년 동안 한 팀 유니폼만 입고 뛴 그를 받아 줄 해외 프로구단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돈을 들여 ‘밑바닥 야구’를 배우러 떠났다.

“이미 머리 다 큰 선수들이 덩치 작은 동양인 코치한테 뭘 더 배우려 하겠어요? 사실 구단에서 지원받으면 원하는 일을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10년 전부터 준비했던 일이에요. 소감은 한마디로 ‘미국 야구가 정말 미친 듯이 부럽다’는 겁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 볼링그린에서 올 1월부터 고교팀 코치를 맡게 된 이종열 전 LG 코치(40). 지난해 2월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리틀야구 팀 ‘그린라인’ 코치로 미국에서의 첫 여름을 보냈다. 제임스 리라는 영어 이름으로 보낸 미국 생활 1년이 어땠는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 e메일, 전화로 물었다.

―한국 프로야구도 10구단 시대를 맞아 학생 야구 저변 확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학생 야구를 직접 경험해 보니 무엇이 달랐나.

“미국 친구들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팀워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기 위해 야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교도 학년별로 팀이 따로 있다. 선수가 되려는 친구들은 학년을 망라해 올스타팀을 꾸리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년별 팀에 속해 야구를 한다.”

―부모와 학생 모두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인 한국의 현실과 비교가 많이 되겠다.

“일단 미국에서는 크면서 야구 축구 농구 풋볼(미식축구)을 하지 않고 자란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어릴 때 태권도, 피아노를 배운다고 모두가 태권도 선수,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듯 우리도 어릴 때 야구를 했던 회사원, 변호사, 정치인을 많이 길러내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미국 코치들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다. 우리는 게임에 지면 맞는 일도 있지만(웃음) 여기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시쳇말로 죽일 듯이 덤비지만 끝나면 바로 쿨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놀랐다.”

―한국 학생 선수들은 아무래도 공부에 소홀하다 보니 외국어에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많다.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야구는 몸으로 하는 거니까 처음에는 몸으로 부닥쳤다. 그래도 통역 없이 직접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계속 랭귀지 스쿨에 다니면서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다.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영어로 숙제를 이야기해주는 바람에) 숙제가 무엇인지 몰라 못 해갈 때가 많다(웃음).”

―LG 선수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G는 늘 마음의 고향이다. 한순간도 LG 유니폼이 그립지 않은 적이 없었다. 후배들에게 딱 한마디만 하자면 훈련의 양보다는 질에 포커스를 맞추라는 거다. 여기서 얻은 좋은 경험, 자료들 가지고 LG 후배들하고 같이 훈련하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제임스 리#이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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