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김영욱(22)과 황도연(22)은 91년생 동갑내기다. 광양제철중-제철고로 이어지는 국내 최상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앳된 얼굴과 밝은 미소를 가졌지만 각각 중원의 핵, 수비진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태국 방콕에서 진행 중인 전남의 전지훈련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다. K리그(2부 리그)로 강등될 뻔한 지난 시즌 같은 최악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와 피트니스 시설을 오간다.
정말 고통스러웠다. 강한 승부욕을 지닌 두 사람은 제 몫을 확실하게 못했다는 현실이 더 버거웠다. 김영욱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어도 아쉬움이 컸다. 공격포인트 8개에 그쳤다. 스스로를 탓했다. 35경기에서 3골 5도움은 나쁘지 않지만 2% 아쉬움이 있었다.
한 때 홍명보호 일원이던 황도연은 작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입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올림픽도 좌절, 임대 신분으로 간 대전에서 7월 합류해 10경기 출격이 전부였다. 재활에 전념하느라 원 소속 팀과 현 소속 팀이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때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시즌 막바지 전남과 대전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때, 대체 어딜 응원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1부 리그 생존 외에 만족할 수 없죠.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해야죠.”(김영욱) “학창 시절에는 부상이 전혀 없었는데 한 번 크게 당하니 좌절했죠.”(황도연)
그래서 요즘은 더욱 뜻 깊기만 하다. 정상 컨디션으로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오늘보다 밝은 내일을 기대한다. 혹독한 태국의 무더위에 적응하며 체력을 끌어올린 둘은 하석주 감독이 추구하는 ▲압박 ▲공격적인 볼 터치 ▲실수 이후의 제2동작 등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자신을 리더라고 여기는 마음가짐도 필수. 황도연은 “감독님께서 ‘소극적으로 하지 말라. 운동장에선 누구나 리더’라고 하셨다. 영건들이 뭉쳐 강팀을 KO시킬 생각을 하니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김영욱 역시 “젊은 게 약점일수도 있지만 강점이기도 하다. 개개인이 팀 리더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위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은 2013시즌 목표를 상위 스플릿 진입과 FA컵 정상으로 잡았다. 둘에게 더욱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