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승부조작 사태를 겪은 한국 축구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불법 스포츠 도박과 조직폭력배 가담 등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2011년 사태가 불거졌을 때 가담자들의 자진신고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로 비교적 잘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들은 여전히 불안한 심경이다. 자칫 승부조작 혐의가 있는 경기가 추가 적발되고 공개될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무엇보다 유로폴이 공식 발표한 전 세계 승부조작 범위가 심상치 않다.
2008∼2011년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된 비유럽권(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300여 경기에 승부조작 의혹이 있다고 했다. 이는 여태 확인되지 않은 혐의 경기가 또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일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유로폴 차원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별도 통보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연맹도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 프로연맹으로선 꾸준히 강조해온 축구 업계 관련자 베팅 금지 및 승부조작 위험성 예방 등 스포츠토토와 연계 교육이 유일한 대책이라면 대책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승부조작과 관련해) 따로 연락받은 사실도, 들은 것도 없다. AFC는 여러 차례 브리핑에서 ‘K리그가 승부조작 대처의 모범사례’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AFC도 이번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유럽 축구가 자랑해온 메이저 대회도 승부조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공표됐기 때문에 역시 클럽대항전을 운영하는 AFC도 안심할 수 없다. 더욱이 싱가포르 연고의 국제 범죄 조직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개연성이 있다. K리그 승부조작 때도 불법 스포츠 베팅과 연계된 국내외 범죄 조직들이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FIFA는 이미 작년 2월 열린 바레인-인도네시아간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10-0 바레인 승)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해 월드컵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AFC는 20일부터 21일까지 본부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인터폴과 함께 승부조작 관련 컨퍼런스를 열고 사전 조작 경기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