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새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흰머리도 부쩍 늘었다. 그래도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예상을 뛰어넘은 관심과 성원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그를 지탱해 주는 듯했다. 8일에 걸쳐 열린 지적장애인들의 축제,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의 나경원 조직위원장(50·사진)을 폐막일인 5일 만났다. 그는 여론조사 얘기부터 꺼냈다.
“며칠 전 정부에서 스페셜올림픽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국민의 71%가 이 대회를 알고 있고 58%가 어떤 식으로든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전에는 인지도가 아마 0%였을 것이다. 너무 고무적인 일이다.”
나 위원장은 대회 기간 내내 “일정이 몇 개인지 셀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냈다. 오전 2시가 넘어야 그날의 일이 끝났고 6시 전에는 일어나야 했다.
“정치인으로 선거운동을 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 같다. 챙겨야 할 일과 참석해야 할 행사가 너무 많았다. 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도 여러 번 먹었다. 그래야 개선할 점을 알 수 있어서다. 다행히 많은 분이 애써 주신 덕분에 별 탈 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 관계자들도 ‘이렇게 잘 치른 대회는 처음’이라고 평가하더라.”
개막 전 나 위원장의 가장 큰 관심은 홍보였다. “대회가 코앞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이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관객도 많이 오셨다. 솔직히 ‘흥행’은 안 될 줄 알았는데 스페셜올림픽을 국민의 행사로 만드는 데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이 크다. 이런 관심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나 위원장은 이번에 방한한 SOI 관계자들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그동안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던 저개발국가를 초청하는 ‘스페셜핸즈 프로그램’, 다른 하나는 참가 선수의 최소 20%는 이전에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지적장애인들로 채우자는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베네수엘라 선수와 가족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게 많았다. ‘아,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이 대회가 세상의 전부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감정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한 것일까 하는 반성도 했다. 두 제안은 모두 보다 많은 지적장애인들이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향후 대회에서 제대로 실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스페셜올림픽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이 튀어 나왔다.
“잠을 실컷 자고 싶다. 그리고 딸(나 위원장의 딸 유나는 지적장애인이다)을 챙겨야 한다. 대회 치르느라 통 신경을 쓰지 못해 너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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