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일본 가고시마 현 기리시마에 위치한 고쿠부 운동공원 축구장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한 최용수 FC 서울 감독. 그는 “우리에게 우승 징크스는 없다. 우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새해 포부를 밝혔다. FC 서울 제공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 복장(福將) 중 무엇이냐고요? 전 그냥 ‘초짜 감독’입니다.”
정식 감독이 된 첫해(2012년) K리그 우승을 이뤄낸 최용수 FC 서울 감독(40). 6일 전지 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 현 기리시마에서 만난 그는 들떠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차분했다. 선배 감독들과의 ‘수 싸움’이 재밌긴 하지만 아직 자신은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너무 빨리 우승을 달성한 부담감은 없느냐”고 물었다. 최 감독은 “언젠가는 꼭 누리고 싶었던 영광을 조금 빨리 누린 것뿐이다. 스포츠는 ‘적자생존’이다. 나와 선수 모두 부담감을 극복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화려한 세리머니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지난 시즌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자신보다 선수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으로서의 제 지론은 ‘선수가 갑(甲)이다’라는 것입니다. 우리 팀에는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가 많아요. 이들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최 감독은 먼 훗날 자신이 지도자 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선수 중심으로 단단한 팀을 만들었던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서울은 비시즌 동안 경남에서 뛰었던 공격수 윤일록을 영입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지난 시즌 2위에 그친 전북이 리그 정상급 선수를 대거 영입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최 감독은 “상대의 전력 변화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우리 팀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데 집중했다. 전지훈련을 통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였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은 역할 분담이 잘돼 있다. 데얀(몬테네그로)과 몰리나(콜롬비아)는 막강한 공격력으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어준다. 미드필더 하대성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돕는다. 골을 넣어 많은 인기를 얻은 선수를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끈끈한 조직력’으로 K리그 왕좌를 노리는 상대들의 도전을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은 올 시즌에도 ‘무공해 축구(무조건 공격해+페어플레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최 감독은 “공격적이고 화끈한 축구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또 가족 단위의 팬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비신사적인 축구가 아닌 깨끗한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계에는 ‘잘나갈 때는 절대 변화를 주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며 웃었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축구협회(FA)컵을 병행한다. 최 감독은 몇 개의 우승컵을 예상하고 있을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에 K리그 팀들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3개의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리겠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욕심은 화를 부르니까요. 팀 상황에 맞춰 순간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겠습니다. 하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