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 프로골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여자 프로골퍼 중 상금으로 연간 1억 원 이상 번 선수가 33명인데 반해 남자골퍼들은 17명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 문제가 된 건 선수가 출전할 대회가 크게 줄었다는 점. 2011년 17개였던 남자골프 대회는 지난해 13개로 줄었다. 지난해 여자골프대회는 20개나 열렸다. 대회 수가 줄어들다보니 시드(출전권)를 따 놓고도 대회에 나서지 못한 선수가 태반이다.
위기 탈출을 위해선 대회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등 돌린 기업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올해 처음 시작된 윈터투어는 절망에 빠진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대회별 총상금은 1억원. 우승상금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총상금 4억∼10억원에 우승상금으로 1억∼2억원이 걸린 정규투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회장 분위기는 그 이상이다.
13일 대회가 열리는 태국 카오야이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만난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차 대회 우승자 김우찬(31)은 정규투어에서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무명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는 박도규, 황인춘, 한민규 등 KPGA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꺾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2000만원도 그가 골프선수로 활약하면서 번 가장 큰 돈이다.
윈터투어에는 이처럼 사연 많은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고작 100만원의 상금을 받고 난생 처음 돈을 벌었다며 기뻐하는 선수도 있다. 돈도 돈이지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대회를 만든 쿼드스포츠 이준혁 대표는 “윈터투어가 남자골프의 부활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