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의 ‘여자친구 총격 살인사건’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스토리우스는 14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동부 실버우드 지역 자택에서 여자친구 리바 스틴캠프(31)에게 9mm 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스틴캠프는 머리와 가슴, 팔 등 4곳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스틴캠프를 강도로 오인했다’라는 피스토리우스 측의 주장이 언론에 알려졌지만, 현지 경찰은 ‘오인 사살’ 주장에 대해 “그런 진술은 없었다. 보고받은 바도 없다. 루머일 뿐”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루머는 스틴캠프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애인을 위해 할 이벤트는 어떤 게 있을까’라는 글올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퍼진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스틴캠프는 2005년 미스 포트 엘리자베스 대회에서 입상한 유력 모델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비극의 발렌타인(tragic valentine)’ 등의 제목으로 이를 ‘불행’이라고 표현했으나, ‘인간 승리’라는 포장 하에 살아온 피스토리우스처럼 이번 사태 역시 불행으로 포장된 ‘살인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건 당시 경찰은 현지 시간 새벽 3-4시경, 이웃들로부터 “싸우는 듯한 소리와 비명, 총성이 들렸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피스토리우스를 체포했다. 증거물인 9mm 구경 권총도 확보했다. 해당 수사관은 영국 언론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웃 주민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웃들은 “3발의 총성이 들렸고, 10분 뒤 다시 3발의 총성이 들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는 우발적 살인이거나 계획 살인, 혹은 확인 사살의 정황이다. 적어도 알려진 대로 ‘오인 사격’은 아닌 셈.
왜 피스토리우스가 연인을, 하필이면 자택에서, 그것도 끔찍한 총격 살인의 형태로 살해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의족 러너’로 유명해진 뒤 스틴캠프 외에도 사만다 테일러, 네나 에드킨스, 아나스타샤 코지소바 등 많은 모델 및 여자 연예인들과 관계를 가져왔다. 이에 따른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이뤄진 범행이 아니냐는 추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과거 소유한 스포츠카나 모터보트를 타고 음주운전을 즐기다가 포착돼 문제가 된 전력이 있다. 또 극장에서 만취한 채 여성 관객들을 폭행하며 이들에게 “동성애자는 꺼져(f***ing lesbian)" 등의 욕설을 하는가 하면, 자신과 관계를 가진 여성이 바람을 피우자 해당 남성에게 ”다리를 분질러버리겠다(break his legs)"라고 욕설을 하는 등의 사례도 밝혀지고 있다.
‘오인 사살설’은 피스토리우스를 위한 마지막 보호막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사실이라면, 두 다리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에 나선 피스토리우스의 ‘인간 승리’ 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을 맞게 됐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출처|동아일보DB, 리바 스틴캠프 트위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