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스모킹 몬스터’ 류현진, 실력으로 논란 잠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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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6일 07시 00분


15일(한국시간) 입단 후 첫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 글렌데일(미 애리조나 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15일(한국시간) 입단 후 첫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 글렌데일(미 애리조나 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LA 다저스)이 스프링캠프 초반 흡연 논란에 휩싸였다. 1마일 달리기에서 거의 꼴찌로 처지는 바람에 나온 해프닝이다.

다저스의 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는 30명 가까운 한국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절치부심했던 다른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류현진은 처음부터 한국 취재진에게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을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시선은 다르다. ‘아무 것도 입증된 것이 없다’고 본다.

현재까지 다저스의 선발로테이션은 사이영상 수상경력을 지닌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만 확정된 상태다. 류현진과 조시 베켓이 선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남은 3자리를 놓고 6명이 무한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입장을 바꿔보면 간단하다. 베켓, 채드 빌링슬리, 테드 릴리,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은 메이저리그에서 도합 1504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베테랑들이다. 그들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총 128경기에 불과하고, 지난 시즌에는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즉, 빅리그에서 선발로 확실하게 검증된 투수들이다. 우리가 류현진의 선전을 기대하듯 현지 언론은 백인들로만 이뤄진 다른 선발 후보들에게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선발 경쟁에서 밀려나 불펜투수로 시즌을 맞이한다면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에 류현진은 단호하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신문은 똑같은 질문에 “부상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선발로 잔류할지, 불펜으로 내려갈지, 아니면 트레이드가 될지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훈련할 것”이라는 하랑의 인터뷰를 실어 류현진을 비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제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선 분명 최고였지만 미국에선 신인에 불과하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들 중 노모 히데오처럼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류현진의 경쟁자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우호적이지 못한 현지 언론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선 사소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력만 있으면 인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멕시코의 영웅에서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났던 것처럼.

LA|손건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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