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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26·LA 다저스)이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류현진의 소속팀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야 하기 때문.
고교졸업 후 7년 만에 배트를 든 류현진은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의 지도 하에 번트 연습 위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교시절 통산 타율 0.295의 방망이 솜씨를 뽐냈던 그였기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났다. 바로 타격시 반드시 착용해야 할 헬멧이 문제였다. 류현진의 머리에 맞는 헬멧이 없었던 것.
한국인의 원형 두상과 달리 서양인의 두상은 앞뒤로 긴 달걀형이다. 서양인의 두상에 맞춰 제작된 미국 헬멧은 웬만해서는 한국인의 머리에 맞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추신수(31·신시내티)도 마이너리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양쪽 귀를 가리는 비교적 큰 사이즈의 마이너리그용 헬멧을 사용한다.
타격 훈련 첫 날 한 쪽 귀만 가리는 메이저리그용 헬멧을 지급받은 류현진은 이내 자신의 머리에 맞지 않자 비교적 사이즈가 큰, 양쪽 귀를 가리는 마이너리그용 헬멧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미치 풀(50)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에게 류현진의 헬멧 이야기를 꺼냈다. “류현진에게 미안하고 창피하다.” 그의 첫 마디 였다.
다저스 구단의 야구용품을 총괄하는 풀은 “예년 같으면 지금쯤 선수들의 야구용품이 모든 사이즈별로 스프링캠프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헬멧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에 용품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특히 WBC 공인 헬멧 제조사인 R사가 메이저리그 헬멧도 제작하는데 예년에 비해 주문이 늘어나 용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류현진에게 맞는 헬멧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미안해 했다.
풀은 류현진의 머리에 맞는 헬멧이 언제쯤 공급될 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적어도 WBC 개막 이후는 돼야 예년처럼 원활한 용품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지금도 스프링캠프 현지로 매일 용품이 반입되고 있지만 극히 소량이며 사이즈도 다양하지 않다고 한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선수들의 헬멧 가격은 개당 350달러 선. 각 구단은 이를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할인가인 개당 약 150달러 선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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