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대부냐 탁구 대모냐… 오리무중 ‘스포츠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1일 03시 00분


■ 22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김정행-이에리사 후보 접전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스포츠 대통령’에 오를 당선자의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한체육회 93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인 출신끼리 맞붙은 선거답게 김정행 용인대 총장과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2일 대한체육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실시될 체육회장 투표 결과에 대한 체육계의 전망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로 모아져 있다.
○ ‘보이지 않는 손’ 공방

역대 대한체육회장 중에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 등이 대한체육회장을 지냈다. 스포츠의 깨끗한 이미지 등이 정치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단체장 선거에서도 정치인의 스포츠 단체장 ‘사랑’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역으로 말하면 국내 스포츠계가 정치권의 입김에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정치권 개입 논란이 빚어졌다. 새누리당 의원인 이에리사 후보 측에서 정치권을 등에 업고 득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정부 여당과 가까운 전임 체육회장까지 개입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반대로 박용성 현 대한체육회장이 김정행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체육회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체육회 산하 선수위원회는 20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선수위원회를 무시하면서까지 김정행 후보와 가까운 인사를 선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며 신임 선수위원장이 해임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중재 신청을 냈다. 선수위원회 위원장은 체육회 산하 12개 분과위원회 위원장 중 유일하게 체육회장 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대한체육회 역시 “규정을 어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대선이나 총선과 다른 독특한 투표 방식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장은 52개 가맹단체장(신임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복싱, 스키, 택견은 제외)과 이건희 문대성 IOC 위원, 선수위원회 위원장으로 구성된 총 55명의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가맹단체들은 단체의 규모에 관계없이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

지금까지 가맹단체장들은 대부분 경제인이 맡아왔다. 문제는 기업을 운영 중인 경제인들로서는 정치권의 의견을 무조건 묵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단체장들이 단체를 대표해 투표하기 때문에 가맹단체 소속 경기인이나 관계자의 의사가 투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을 수 있다.
○ 국내 스포츠 대부 vs 첫 여성 후보

경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김 총장과 이 의원은 자신만의 뚜렷한 장점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김 총장은 무엇보다도 20년 동안 대한유도회를 이끌어 오고 오랫동안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는 등 풍부한 체육 행정 경험이 최대의 강점이다. 또 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대회 한국선수단 대표 등을 맡는 등 국내 스포츠 발전에 꾸준하게 기여해 온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한편 이 의원은 최초의 여성 체육회장 후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또 여당 의원으로 스포츠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업무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이 의원 측은 강조하고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대한체육회장 선거#김정행#이에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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