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선지 딱 두달… 롤러 퀸의 ‘빙상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롤러 국가대표 우효숙,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 바꿔 도전
동계체전 1500m서 4위… “내년 소치올림픽 꼭 나가고싶어”

“아유, 초보자에게 왜 이런 관심을….”

부담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오랜만에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이 싫진 않은 듯했다. 롤러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효숙(27·청주시청)은 시상대 위 가장 높은 곳에 익숙하다. 2003년부터 롤러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2009년 2관왕, 2011년 4관왕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1만 m 금메달을 따냈다. 체육훈장까지 목에 걸며 롤러 선수로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목이 말랐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다른 무엇인가에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스피드스케이팅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는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94회 전국겨울체육대회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참가했다. 롤러에서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선수들은 “도대체 누구지?”라며 수군댔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할 꿈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을 보다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건 채드 헤드릭(미국)이 눈에 들어왔다. 헤드릭은 한때 롤러스피드스케이팅 황제로 불린 선수로 2002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헤드릭을 보며 자극을 받은 그는 지난해 12월 오래된 꿈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배우고자 자비를 들여 네덜란드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하루 7시간씩 훈련을 소화했다. 그를 가르치고 있는 단국대 최근원 코치는 “정말 노력파다. 하루가 다르게 기록을 향상시키는 선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20일 여자 일반부 3000m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지만 레이스 도중 라인을 구분하는 콘을 건드려 실격당했다. 21일 1500m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겨뤄 4위를 기록했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2개월 전에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선수치곤 놀라운 성적이다.

목표는 높은 곳에 있다. 바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올해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해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여름과 가을 국제대회에 참석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기준 기록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상위에 입상해야 한다. 쉬운 길을 두고 험하고 먼 길을 왜 가냐고 묻자 그는 다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롤러에서도 노력해서 세계 정상에 올랐어요. 무엇이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기회가 왔으니 최선을 다해 그 기회를 잡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우효숙#롤러스피드스케이팅#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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