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 1이닝 무실점 결정구 체인지업으로 땅볼·삼진 유도 커브는 아직 공 적응 안돼 3루타 맞아 내달 2일 2번째 등판…상대팀은 미정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실전 등판이 끝났다. 결과는 성공적.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와서가 아니다. 할 건 했고, 보여줄 건 보여줬기 때문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단 하나의 실투를 제외하면, 구위와 제구력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
○역시 체인지업! 메이저리그도 호령
류현진은 선발 잭 그레인키에 이어 3회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블레이크 데코트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고, 2번째 타자 고든 베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두 타자가 방망이를 냈던 마지막 공은 둘 다 류현진의 자랑거리인 체인지업. 한국프로야구를 주름잡던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불펜피칭 때부터 이미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구종이다. 이날도 그랬다. 감독과 팀 동료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고, 류현진도 “체인지업을 서너 개 던졌는데 전부 다 잘 들어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류현진의 국내 등판을 여러 차례 중계한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직구와 체인지업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다.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유의 평정심도 여전했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수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케줄대로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높은 커브? 걱정할 때 아니다!
류현진은 2사 후 3번째 타자 드웨인 와이즈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2-2서 커브를 던져봤는데 너무 높았다. 와이즈는 허리춤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잡아당겨 우월 3루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낮게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높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커브는 캠프 초반부터 류현진의 적응 과제였다. “공인구가 좀 미끄러워 커브가 제대로 안 떨어진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효봉 위원은 “어차피 커브는 류현진의 결정구가 아니다. 원래도 수준급인 구종이기 때문에, 공에 익숙해지고 이전의 감만 찾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위기에서 더 침착해지는 류현진은 이어진 주자 3루서 마지막 타자 제프 케핑어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지금은 모든 게 ‘빅리그 공부’
2-2로 경기가 끝난 뒤 다저스 공식 홈페이지는 “새로운 멤버인 그레인키(2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와 류현진이 만족할 만한 스타트를 끊었다”고 썼다. 그러나 류현진은 담담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빅리그 루키’ 류현진에게는 지금 모든 게 ‘학습’이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압도한 것도, 커브를 던지다 장타를 맞은 것도 모두 앞으로의 적응을 위한 자양분이다. 쉽게 만족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페이스를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류현진의 방식이다.
류현진은 다음달 2일 2번째 시범경기에 출격한다. 이날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스플릿 스쿼드(팀을 절반으로 나누는 것) 게임을 치르는데, 그레인키와 류현진이 나란히 선발로 나선다. 류현진의 상대팀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