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괴물… 공포의 체인지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류현진 시범경기 첫선 1이닝 1K 무실점
커브 높아 3루타 맞았지만 깔끔 마무리

동산고 시절 류현진(26·LA 다저스)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던졌다. 유망주로 2006년 한화에 입단한 그가 ‘괴물 투수’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팀의 고참이었던 구대성에게서 체인지업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 처음 익힌 체인지업은 단숨에 류현진을 상징하는 구종이 됐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에서 4차례(2006, 2007, 2009, 2010년)나 탈삼진 왕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체인지업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류현진은 나머지 3개 구종도 곧잘 던진다. 수도권 구단의 한 전력분석원은 “류현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4개의 구종을 마음먹은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팔의 각도나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첫 공식 경기 등판이었던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류현진은 4개의 구종을 고루 테스트했다. 결과는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였다.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3회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왼쪽 타석에 들어선 첫 타자 블레이크 테코트에게 2구째 직구를 던져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두 번째 타자 고든 베컴에게는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으로 효과를 봤다. 오른손 타자인 고든을 상대로 3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도 다시 한 번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후속 드웨인 와이즈에게 던진 커브가 높게 들어가면서 3루타를 허용했지만 2사 3루 위기에서 제프 케핑어에게는 슬라이더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냈다. 이날 던진 16개의 공 중에 유일한 실투는 3루타를 얻어맞은 커브 1개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한국 공에 비해 좀 미끄러운 경향이 있다.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게 제구가 된 커브는 공에 대한 적응이 덜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MLB닷컴 홈페이지는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았다”고 평가하면서 “오늘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돈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류현진은 “볼넷만은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볼넷을 내주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다음 달 2일 연속 경기로 열리는 LA 에인절스 전이나 샌디에이고 전에 두 번째 등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류현진#체인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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