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천수 “입대신 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인천 입단식 “꼭 인정받는 선배 되겠다”

“말보다는 몸으로 보여주겠습니다.”

27일 인천시청 본관에서 열린 이천수(32·사진)의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 평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나서던 이천수였지만 이날은 말을 아꼈다. “믿어준 만큼 보답하겠다” “축구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 주어야 한다” 등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했다. ‘일부에서는 이천수의 복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을 땐 “그런 비난은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했다.

과연 이천수의 ‘환골탈태’는 가능할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천수는 ‘그라운드의 탕아’로 불릴 정도로 악행을 거듭해 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인이 많다. 심판에게 막말을 해 출장정지를 당했고 코치진에게도 항명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사고를 많이 쳤다. 구단과의 관계도 껄끄러웠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온 뒤 2008년 수원 삼성에서 불성실한 행동으로 팀을 무단이탈해 임의탈퇴(소속 구단 외 다른 구단과 계약 불가능)가 됐고 박항서 감독(현 상주 상무) 시절 이천수를 구제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게 했는데도 2009년 다시 계약을 위반하며 중동으로 떠나 임의탈퇴로 공시됐다. 이 때문에 이천수가 4년 넘게 법적 공방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이날 고향팀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이 많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이천수가 밝혔듯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 축구에만 매진한다면 재기 가능성은 높다. 이천수가 기본 자질이 뛰어난 데다 부평동중과 부평고 대선배인 김봉길 감독(57)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김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천수를 영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축구계 관계자들이 전남의 이천수 임의탈퇴 해제를 거들었지만 사실 ‘악동’ 이천수를 데려갈 팀은 없었다. 김 감독은 “천수가 과거에 잘못한 게 있지만 나이도 먹고 고생도 하면서 많이 뉘우쳤다. 잘만 따라온다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후배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배가 되는 게 목표”라며 자신을 나락에서 구해준 김 감독의 배려에 꼭 보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천수는 몸을 만들어 4월 중순 그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천수#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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