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서 출퇴근하기는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다. 인천은 내 고향이라 너무 행복하다."
'K리그의 풍운아' 이천수가 피치 복귀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천수는 지난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 선수로 참석했다.
이천수는 미디어데이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쉬는 도안 몸을 혹사하는 수준으로 아주 힘들게,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해왔다”라면서 복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천수가 공백기 동안 특히 집중한 것은 체중 관리다. 공백기를 가진 선수들이 복귀한 뒤 좀처럼 제 폼을 찾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현재 체중은 몸이 한창 좋을 때와 비슷한 67-8kg 정도다. 얼마전에 2-3kg을 더 뺐다. 한 마디로 베스트 체중”이라고 고된 훈련의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최전성기에 비해 70% 정도”라고 자평했다.
부평고 출신의 이천수는 고향 인천에서 뛰게 되면서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라며 "너무 행복하다. 인천구장에서 많은 골을 넣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천수가 뛰게 될 인천에는 2002 월드컵을 함께 뛰었던 김남일과 설기현이 있다. 이천수는 “(김)남일이형이 사비로 밥을 사는 등 많이 신경써 주고 있어 감사하다”라면서 “두 형을 믿고 따르겠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천수는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편견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절 가리켜서 운동장에서 거칠다, 싸가지가 없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어릴 때, 지고 있다보니 멘탈이 무너져서 했던 실수들입니다. 과거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만이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천수는 인천의 팀 전력에 대해 “(김)남일이형 덕분인지, 볼 점유율이 높더라. 우승을 노리는 팀들에게 뒤지지 않는 전력이라고 본다”면서 “지난해 최소 실점을 했는데도 득점력 부족으로 9위를 했다. 내가 해결사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골키퍼를 볼 수도 없는 거고, 골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천수는 대표팀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표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K리그로 돌아오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는데, 이 고통을 한번 정도 더 겪어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이천수는 “이제 나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재기'가 됐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가 많더라. 일단 목표를 크게 잡고,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차분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이천수는 ‘축구천재’, ‘K리그의 크랙’ 등의 별명이 말해주듯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천재형 축구선수였다. 2002월드컵 대표팀에 참여해 한국의 4강 신화에 한몫을 더했고, 한국 선수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도 진출했다. 국내 복귀 후에도 퇴출 전까지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으며, 2011년 오미야 시절에도 그 기량을 아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발탁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천수는 미디어데이에서 전과 달리 더없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여곡절 끝에 K리그에 돌아온 이천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많은 축구팬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홍은동|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홍은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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