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표팀 출신의 수원삼성 공격수 정대세(29)는 한 마리 굶주린 표범 같았다. 정대세는 3일 성남일화와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의 한국무대 데뷔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정대세는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저돌적으로 상대 문전을 헤집었다. 자신보다 키가 15cm는 더 큰 성남 수비수 심우연과 공중볼 다툼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주심이 파울을 불어주지 않자 강하게 항의하는 등 90분 내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대세는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득점에 대한 간절함의 표현이었다. 정대세는 지난달 27일 센트럴코스트(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이날도 정대세를 보기 위해 많은 언론과 팬이 몰렸지만 아쉽게도 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정대세는 경기출전에 대해서도 굶주려 있었다. 그는 지난 시즌 FC쾰른(독일)에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한 채 벤치만 달궜다. 승부욕 강한 그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반전의 계기로 한국 무대를 노크한 정대세에게 푸른 그라운드의 냄새와 팬들의 함성만큼 달콤한 것은 없었다.
정대세는 한국 수비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 수비는 거칠고 몸싸움이 강하고 성격도 세다.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결코 기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정대세는 “(한국 수비가 강하다는 것은) 모두 예상했다. 대신 한국수비는 돌아서는 움직임이나 스피드는 느린 편이다. 나도 볼을 내주고 돌아들어가는 콤비 플레이로 찬스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대세는 “한국 팬들이 골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질문에 “이제까지 골을 위해서만 슛을 했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게 낫다는 것도 깨달았다”며 “자신감이 생긴 만큼 조만간 골 감각도 올라올 것이다. 적절한 시기, 즉 팀이 꼭 필요로 할 때가 되면 골을 넣겠다”고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