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24), 오지환(23), 임찬규(21)는 LG를 대표하는 영건들이다. 최성훈과 임찬규는 LG 마운드를 책임질 재목으로 손꼽히고, 오지환은 대형유격수로 거듭날 잠재력을 지녔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LG의 신성들을 한데 모았다. 어린 선수들의 눈에 비친 현재의 LG와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LG는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상처가 있는 듯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아직은 배울 게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다. 지금은 날카로운 시선보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더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최성훈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말 들으면 주눅 들죠 아무래도 성적이 중요…잘 뭉쳐서 이겨내야
●오지환
성훈 형이 빼는 바람에 덕아웃 노래방 마이크 긍정적인 팀 분위기로 삼성처럼 KS 2연패 꿈
●임찬규
LG는 내 운명…지명 전부터 개인홈피에 로고 KS 2승 투수 목표 우리끼리 MVP 경쟁 상상
-오랜 전훈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최성훈(이하 최)=이제 마지막 단계인데 부상이 생길 수도 있어 신경 쓰면서 운동하고 있죠.
오지환(이하 오)=훈련은 무조건 많이 하는 수밖에 없어요. 둘은 투수지만 나는 야수니까 많이 해야 해요.
임찬규(이하 임)=‘머리는 가볍게, 몸은 힘들게 하자’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지난해 너무 생각이 많아서 힘든 시즌을 보낸 것 같아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훈련하고 있어요.
-LG 캠프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어요. 직접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오=사이판에서 전술훈련을 모두 끝냈고, 투수와 야수간 대화도 많이 했어요. 사소한 야구 이야기가 주를 이뤘어요. 그게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이병규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쓴 소리 할 법한 일도 긍정적으로 말해주시면서 후배들을 배려해주셨어요. 이번이 제일 기분 좋은 캠프였고, 그래서 올 시즌이 더 기대돼요.
임=사실 우리 캠프는 항상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 캠프에선 유독 느낀 점이 많았어요. 사이판에서 류택현, 최동수 선배님 보고 많이 배웠어요. “은퇴하기 전에 꼭 4강 가겠다”고 하시면서 훈련장에서 숙소까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들보다 2배 이상 운동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최=저는 프로 2년차라서 그냥 매번 올 때마다 새롭네요.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적이잖아요. 좀더 단합해서 하면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 낼 것 같아요.
-LG 젊은 선수들만의 색다른 분위기나 문화 같은 게 있나요?
임=감독님은 자주 어린 선수들을 앞에 세우고 이것저것 해보라고 하세요. 일부 팀은 고참들이 나서서 분위기를 끌어가는데, 우리 감독님은 고참들을 배려해주시는지 어린 선수들을 자주 부르세요. 그래서 가끔 선수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게 되는데 좋은 분위기 형성에 효과적인 것 같아요.
오=지난 시즌 저도 덕아웃에서 노래 한번 했잖아요. 사실 형(최성훈을 가리키며)이 안 해서 제가 했어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면 팀 분위기도 좋아지게 마련인 것 같고요. 지난 시즌처럼 덕아웃 노래방 같은 건 가끔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최=제가 부끄러움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 그 땐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선 자신이 없어요.
-3명 모두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어렸을 때 본 LG는 어떤 팀이었나요?
최=예전부터 LG 팬이었어요. 서울 출신이다 보니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입단하게 돼 운도 좋았고, 기회도 좋았던 것 같아요.
오=엄청 좋았죠. 특히 1차 지명 받아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게다가 좋은 조건을 받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임=자주 이야기했는데 LG가 많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 LG 유니폼 입고 경기장 와서 응원했어요. 고등학교가 잠실구장 인근이라서 운동 끝나면 LG 경기 보고 집에 가고 그랬어요. 그 때 선수들이랑 찍은 사진도 있어요. 지명 받기 전부터 LG 가고 싶다고 LG 로고를 개인 홈페이지에게 올려놓기도 했어요. 지명 받았는데 아직 (내가) 쓸 데 없다는 게 문제죠. 앞으로 쓸 데 있는 선수가 될 거에요.
-LG가 10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요?
임=큰 숙제를 받고 시작한다는 느낌이에요. 근데 사실 경기를 지거나 4강에 못 가는 것은 선수 한 명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밖에서 뭐라고 말하든 모든 선수가 그런 생각 안 하면 될 것 같아요. 김일경 선배님께서 “스트레스 대신 책임감을 갖고 했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도전의식을 갖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4강도 가고, 우승도 할 때가 오겠죠.
오=저도 찬규랑 비슷하게 생각해요. 팀으로 보면 11번째, 개인적으로는 5번째 도전이에요. 그냥 도전의식을 갖고 있어요. 우리 팀의 성적이 하락할 때 팬들이나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해요. 우리가 야구 잘하면 나오지 않겠지만, 사실 안 좋은 말들이 나오면 팀 분위기가 나빠져요.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들이 계속 나오면 스스로 작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여름 되면 LG가 얼마나 떨어질까’, 이런 기사나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선수들 입장에선 부담이 가중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최=두 친구의 말이 모두 맞아요.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어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한데, 그런 말에 대해 몸이 반응할 수 있다고 봐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언론보도나 팬들의 지적에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것 같네요?
오=말 하나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싫어요. 너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좋은 점도 많은데 특히 4강 싸움 하면 유독 그래요. 그런 말이 팀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야구 잘하면 그만인데, 그럼에도 많이 서운했어요. 제가 팀에 대한 애정도가 워낙 깊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임=신경 쓰죠. 보크 논란이나 포볼 남발로 제 미니홈피가 박살 난 적도 있는데, 안 좋은 얘기들은 개인보다 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요.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프로에 와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그런 말들이) 절 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최=프로 2년차라서 많이 겪어보지 못해 크게 말할 부분은 없는 것 같고요. 일단 안 좋은 기사나 말들이 나오지 않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잖아요. 오로지 성적. 압박은 어쩔 수 없으니까 좋은 생각으로 잘 넘기고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세 선수가 꿈꾸는 LG와 미래의 나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오=팀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에요. 최근 삼성이 부러워요.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는데 우리 팀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예요. 지금 팀에 있는 선수 모두와 함께 시상대에서 우승메달 받아야죠. 또 하나는 옆에 있는 성훈이 형, 찬규, 나까지 모두 리그 정상급 선수가 되고, 다른 팀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LG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임=이런 말하면 또 욕 먹을 수도 있는데, 다들 우리의 목표를 4강이라고 하지만, 목표는 우승이에요. 선수들끼리 모이면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져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시리즈에서 2승 투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그리고 우리 팀 멤버들과 한국시리즈 MVP 경쟁을 하는 거죠. LG가 매 시즌 상위권에 있는 날도 가끔 상상해봐요. 그게 실현되면 무척 좋겠죠. 그 날이 올 때까지 지환이 형, 성훈이 형과 LG 유니폼을 함께 입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다 비슷하죠. 좋은 성적을 거둬보고 싶어요. LG도 자주 우승하는 팀이 됐으면 해요. 그러면 언젠가 지환이, 찬규가 팀의 주축선수가 돼서 우승하는 날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