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미국 진출 후 첫 선발 등판에서 첫 홈런과 볼넷을 허용했다.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2이닝 동안 4안타 1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47개. 당초 3이닝을 소화하려 했지만, 예정된 투구수에 도달해 2이닝만 던졌다.
○강타선과 제대로 예행연습
에인절스 타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강으로 꼽힌다. 이날 4번타자로 나선 마크 트럼보는 지난해 32홈런·95타점을 기록한 오른손 거포. 리드오프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마이크 트라우트(30홈런·83타점)였다. 텍사스에서 43홈런·128타점을 기록하고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조시 해밀턴은 3번에 포진했다. 오른쪽 무릎 재활 중인 앨버트 푸홀스만 빠졌을 뿐이다. 게다가 선발투수는 지난해 20승을 올린 우완 에이스 제러드 위버. 그야말로 ‘센’ 상대들이었다.
○직구 제구에 난항, 첫 볼넷 허용
1회 첫 타자 트라우트부터 문제였다. 직구가 마음대로 안 들어갔다.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지만, 직구 제구가 높아져 볼넷으로 내보냈다. 류현진은 “홈런보다 볼넷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2회에는 루이스 로드리게스에게 빗맞은 좌전안타, 루이스 히메네스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다시 앤드루 로마인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빗맞은 2안타가 모두 직구를 던지다 나온 것. 바깥쪽 스트라이크는 척척 잡았지만, 몸쪽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홈런 맞은 슬라이더 “해밀턴 반응 보고 싶었다”
류현진은 1회 1사 1루 풀카운트서 3번 해밀턴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번 캠프 시작 후 실전과 훈련을 통틀어 처음 던진 슬라이더였다. 해밀턴은 이 공을 받아쳐 우중월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갑자기 던진 이유에 대해 “해밀턴의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홈플레이트 쪽으로 쏠렸다”고 설명했다. 미끄럽고 실밥이 도드라진 메이저리그 공인구로 슬라이더를 구사하려면, 커브와 마찬가지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류현진도 이제 본격적인 슬라이더 연습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장점은 여전, 단점 고칠 시간은 많다!
물론 장점은 여전히 빛났다. 류현진은 1회 홈런을 맞은 직후 트럼보와 크리스 아이어네타를 각각 유격수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냈다. 2회 1사 1·2루선 스콧 커즌스를 삼진, 트라우트를 우익수 플라이로 막고 임무를 마쳤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완벽한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돌려 세웠다. 10명 중 9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공격적 투구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7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