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 독일 태권도협회장 “獨 태권도 수련생, 가라테에 밀려… 방심 말고 올림픽정신 더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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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올림픽에 살아남았다고 방심하면 큰일 납니다.”

‘유럽 태권도의 대부’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 회장(66·사진)은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가 25개 핵심 종목에 선정된 것에 대해 “글로벌 기업 삼성과 현대 등이 버틴 한국의 경제력과 세계 ‘톱5’란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로 국력을 과시한 쾌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가라테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더 철저하게 관리하며 올림픽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산대 석좌교수로 학교 업무차 최근 귀국한 박 회장은 유럽에서 한국 태권도의 국제화를 주도하고 있다. 1975년 독일대표팀 감독이 돼 1985년까지 유럽대회 10년 무패 행진을 이끌었고 오스트리아(1986∼1987년)를 거쳐 다시 독일대표팀(1988∼1989년)을 지도한 뒤 은퇴했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거주하며 영국태권도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독일협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순혈주의’ 색채가 강한 독일에서 사상 첫 외국인 회장이다. 박 회장은 유럽태권도연맹 부회장과 세계태권도연맹(WTF) 부총재도 지냈다.

박 회장은 “독일의 경우 가라테가 2600개 도장에서 18만여 명이 배우고 있는 반면 태권도는 890개 도장에서 5만 명이 수련하고 있다. 일부 IOC 위원은 ‘어떻게 가라테가 아닌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냐’고 비아냥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4개국에서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지구촌 보급은 사실상 마무리됐으니 이젠 태권도의 무도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WTF와 국기원이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기술에 더해 문화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바꾸고 5%의 엘리트 선수 외에 95%의 생활 태권도인에 대한 배려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독일에서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박 회장은 2011년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World CTU)을 만들어 글로벌 꿈나무 발굴에도 힘을 쓰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수남 독일 태권도협회장#독일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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