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클래식 루키 반란 성남 황의조 날카로운 슛·대담성 개막전 스타탄생 대구 한승엽 대포알 중거리포…당감독 “신인왕 감” 서울 박희성, 쟁쟁한 선배들 제치고 조커요원 낙점
김도훈, 박건하, 안정환의 공통점은?
한국프로축구에서 주름잡았던 공격수 출신이다. 하나 더 있다. 이들은 프로 개막전이자 자신의 데뷔전에서 골 맛을 본 ‘간 큰’ 신인이었다. 상당수 선수들이 프로 데뷔전에 대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90분 동안 공만 따라다니다 지쳤다”고 기억한다. 프로 무대는 그만큼 높은 벽이다. 그러나 프로 개막 데뷔전에서 골 맛을 본 대담한 신인들도 있다. 올 시즌에도 2명의 ‘루키’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주목 받았다.
○새 얼굴을 주목하라
성남 신인 공격수 황의조(21)는 3일 수원과 홈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22분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후반에도 두 차례 날카로운 슛으로 국가대표 수문장인 수원 정성룡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성남은 1-2로 졌지만 황의조는 단연 눈에 띄었다.
2일에도 대구 신인 공격수 한승엽(23)이 울산 원정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로 골문을 열었다. 올해 K리그 클래식 1호 골이자 역대 신인 최단시간 개막전 데뷔 골이었다. 대구 당성증 감독은 “대학 졸업하고 프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데, 한승엽이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신인왕도 도전할 만하다”고 칭찬했다.
‘고려대 앙리’로 유명한 서울 신인 공격수 박희성(23)은 지난 달 26일 장쑤 세인티(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 2일 포항과 정규리그 개막전 모두 후보 명단에 들었다. 장쑤와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교체로 그라운드도 밟았다. 아직 골은 없지만 서울과 같은 팀에서 신인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조커요원으로 낙점 받은 것도 대단하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박희성이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셈이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고려대 출신의 박희성과 연세대 출신 황의조가 벌일 올 시즌 신인왕 경쟁도 또 다른 흥밋거리다.
신인들의 입지는 앞으로 더 넓어질 전망이다. 프로연맹은 유소년클럽 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18명의 출전선수명단에 반드시 23세 이하 선수를 1명씩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제도는 2014년 엔트리 2명 등록, 2015년에는 엔트리 2명 등록에 의무출전 1명으로 점차 확대된다.
○반짝하지 않으려면
프로 원년인 1983년과 이듬해인 1984년을 제외하고 1985년부터 작년까지 개막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린 신인은 25명이다(프로연맹도 1983, 1984년은 신인상 수상 안 함. 외국인 선수 제외). 김도훈(1995), 박건하(1996), 안정환(1998) 외에 최성국(2003), 유병수와 임상협(이상 2009), 박기동과 김동섭(이상 2011)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개막 데뷔전 활약이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 반짝 빛났다가 사라진 이름 없는 선수들이 더 많다. 개막 데뷔전에서 골을 넣고 그해 신인왕에 오른 선수도 박건하가 유일하다. 성남-수원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정해성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의 조언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정 감독은 “황의조를 보니 5년 전 성남 신인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조동건이 생각난다. 조동건은 이후 잦은 부상 등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황의조도 부상을 조심하고 꾸준히 더 노력해야 더 좋은 공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