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당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의 스케줄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2일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완패를 당하고 보니 원정의 서러움을 절감하게 됐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리는 대만의 일정과 비교할 때 그렇다.
객관적 전력상 B조 최약체는 호주다. 대만은 2일 이런 호주와 첫 경기를 치러 이겼다. 경기감각을 조율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얻었다. 1·2회 WBC의 1라운드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는데, 대만은 변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연거푸 탈락했다. 그러나 자국에서 열린 3회 대회 1라운드에선 첫 경기에서 호주를 잡더니 3일에는 네덜란드마저 격파하고, 2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5일 한국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하루를 쉬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4일 호주, 5일 대만과 잇달아 맞붙는 일정이다.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WBC에서 1일 휴식은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다.
한국의 숙적 일본도 1·2라운드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1라운드 A조에서 일본은 쿠바와 조 1위를 다툰다. 그런데 일본은 6일 쿠바전을 이기든 지든 8일부터 시작되는 2라운드에선 오후 7시 경기를 배정받았다. 쿠바는 설령 6일 일본을 이겨 조 1위를 차지하더라도 8일 낮 12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WBC 조직위원회가 개최국 일본의 관중 수입과 시청률을 고려해 ‘배려’해준 것이다. 실질적 주최국인 미국은 대륙별로 조를 나눴던 1·2회 방식을 버리고, 아예 조 편성부터 자국에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불공정성을 지적하기에 앞서 흥행이 우선이라는 WBC 조직위원회의 속성을 고려하면 이제 고척동 돔구장을 갖는 한국도 대회 유치를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