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얘기를 할 땐 울컥 울음이 쏟아질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나락에 떨어진 가장(家長) 최성국(30).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축구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자괴감에 “죽고 싶다”며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 세계 최고야”라는 아들과 믿어주는 아내를 위해 꿋꿋하게 버티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한때 ‘리틀 마라도나’로 불릴 정도로 현란한 기술을 자랑한 최성국은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K리그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며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화려한 나날은 수원 시절인 2011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며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었다. 선수생활은 끝났고 어딜 가나 손가락질이었다. 》
수입이 변변찮다 보니 모아둔 돈을 다 쓰게 되면서 거주지를 처갓집으로 옮겼고 외제차도 국산 중고차로 바꿨다.
“한순간의 실수가 내 삶을 이렇게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 선배의 부탁과 조직폭력배의 강압에 승부조작에 얽혔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말 후회하고 있다.”
최성국은 “나에 대한 비난은 참을 수 있는데 내 탓에 아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축구를 하겠다는 7세 아들을 위해 집 근처 유소년클럽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런데 축구인들이 ‘자중하지 왜 벌써 나서려고 하느냐’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아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왜 축구 안 시켜주느냐”며 울먹이는 아들을 달랠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결국 선배가 운영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클럽에서 축구를 시키고 있다. 최성국은 아들이 과거 그라운드를 누비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아빤 언제 출전하는 거야”라고 물을 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최성국은 “밝게 웃으며 아빠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을 실망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은 아빠가 비난받는 것도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되겠죠. 그래서 단 1분 1초라도 그라운드에 선 뒤 자랑스럽게 은퇴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최성국은 승부조작으로 유죄를 받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는 5년 보호관찰 처분(5년 뒤 복귀 여부 결정)을 받았다. 이제 1년 7개월이 지나 아직 3년 반 정도 있어야 선수생활 복귀가 결정된다. 최성국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만 배운 것도 많다. 잘나갈 땐 몰랐지만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더라. 반성하고 봉사하고 열심히 훈련해 꼭 다시 팬들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지난겨울 제주도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대학 선배가 감독인 싱가포르 축구클럽 홈 유나이티드와 부천 FC의 연습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침저녁 개인훈련을 하고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엔 모교인 고려대를 찾아 훈련한다. 경기 파주 세경고에서는 자원봉사로 지도를 하며 훈련도 하고 있다.
한편 최성국은 축구를 좋아하는 독지가를 만나 아르바이트로 약간의 생활비를 벌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경기 성남시 분당 소재) 원장이 지난해 5월부터 원무과에서 주 3, 4일 일하고 매주 화요일 병원 축구팀을 지도해주는 조건으로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성국은 부상 선수들이 오면 병원을 안내해주고 상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 선수 때에 비해 턱도 없이 적은 돈벌이지만 더 귀중하게 생각하며 아껴 쓰고 있다.
최성국은 평생 축구만 해오던 터라 다른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한때 축구를 포기하고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나설 생각도 했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막노동이라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이대로 끝내면 더 억울할 것이다. 아직 젊고 잘 준비하면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으니 축구에만 매진하라”고 격려해 축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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